‘공공의 적’ 된 中 전기차… 글로벌 공급망을 뒤바꾼다
중국 전기차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양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집중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EU(유럽연합)는 중국산 전기차가 부당한 보조금 지원을 받아왔다며 기존 관세 10%에다 기업당 17~38%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14일에는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100%로 올렸다.
중국 전기차가 집중 타깃이 된 것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의 폴크스바겐·BMW, 미국 GM(제너럴모터스) 등 전통 자동차 강자들이, 최근 중국이 저렴하면서 품질은 비슷하거나 나은 전기차를 몰고 해외로 진출하자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중국산 전기차 해외 수출 물량은 2020년 약 50만대에서 지난해 100만대를 돌파하며 3년 만에 2배가 됐다. 중국 전기차 1위 BYD(비야디)는 작년 4분기 처음으로 순수 전기차 판매량에서 세계 1위이자 전기차 아이콘 테슬라를 제치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 중심으로 강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 제 발등을 찍었다는 분석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32년 신차의 56%를 전기차로 전환하게 하고,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내연차 판매를 아예 금지한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는 아직 소비자들에게 너무 비싸거나 주행 거리가 짧고, 충전의 불편함이 커 고전하고 있다. 그 결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까지 나타났다.
반면 중국 정부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10년 이상 대규모 보조금이나 감세를 통해 전기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올해 1~4월 기준 중국 내에서 판매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가 세계 전기차 시장의 58.5%를 차지했을 정도다. 한쪽에선 이런 중국산 전기차를 막으려 무역 장벽을 높이고, 중국 기업들은 중국 밖 생산 거점을 늘려 이를 우회하는 시도를 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생산 지형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무역 장벽,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EU가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높였지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에 따르면 작년 기준 유럽에 수출된 중국산 전기차 약 30만대 중 약 60%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생산한 것이었다. 테슬라 제품이 28%로 가장 많고, 프랑스 르노그룹의 다치아 브랜드 제품이 20%에 달했다. 결국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둔 유럽, 미국 전기차들도 중국 브랜드와 같이 비슷한 고율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원래 가격이 저렴한 중국 브랜드 전기차에 비해, 미국·유럽 업체들의 타격이 더 클 수도 있다.
중국차는 동급 전기차를 유럽 기업보다 20~25% 안팎 더 싸게 만들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정도 관세를 매겨도 유럽 현지 생산 전기차와 가격이 엇비슷해지는 수준이다. 오히려 유럽 기업들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대형 고급차 등에 보복 관세가 매겨지는 걸 두려워하는 처지가 됐다. 폴크스바겐이나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독일 3대 기업들은 전체 판매량의 30% 이상을 중국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 지형 바꾸는 중국 전기차
갈수록 노골적이 되어가는 무역 장벽은 세계 전기차 생산 지형도 바꾸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각종 제재를 우회할 대체 생산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BYD는 이르면 올 하반기 태국에서 전기차 공장을 가동한다. 아세안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수출 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창안자동차도 태국에 2억8500만달러(39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중국 광저우자동차는 지난 4월 인도네시아 공장 추진도 발표했다.
관세를 피해 유럽 현지에 공장을 지으려는 중국차도 많다. BYD는 작년 말 헝가리에 유럽 첫 전기차 공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자동차도 유럽 진출을 확정 짓고 공장 부지를 알아보는 중이다. 중국차를 환영하는 유럽 국가들도 많다. 폴란드, 스페인, 헝가리 등은 중국차 공장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체리자동차는 지난 4월 스페인 에브로와 함께 4억유로(약 5900억원)를 투자해 스페인에서 전기차를 만들기로 했다. 스텔란티스그룹은 중국 립모터 지분 일부를 사들여 이 회사 차를 폴란드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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