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빌라에 새겨진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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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떡하면 좋죠." 집코노미 유튜브 채널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부동산 제보를 듣는다.
요즘엔 빌라 관련 이슈가 부쩍 늘었다.
빌라 전세 시세가 뚝뚝 떨어져 2년 전 계약했던 전셋값보다 낮아졌고,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안 된다고 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연이 많다.
빌라는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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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떡하면 좋죠.” 집코노미 유튜브 채널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부동산 제보를 듣는다. 요즘엔 빌라 관련 이슈가 부쩍 늘었다. 빌라 전세 시세가 뚝뚝 떨어져 2년 전 계약했던 전셋값보다 낮아졌고,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안 된다고 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연이 많다.
빌라는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불린다. 빌라로 통칭되는 다세대와 연립주택은 서민 주택을 대변해왔다. 집을 아파트로 상향하기 전에 거쳐 가는 주거 사다리 역할도 한다. 하지만 빌라가 전세 사기 수법에 악용된 데다 신규 공급마저 급감하면서 그 여파가 전체 빌라시장과 주택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흔들리는 주거 사다리
아파트를 완공하려면 인허가와 착공, 준공 등의 과정까지 3년 이상 걸리지만 빌라는 소규모라 뚝딱 지을 수 있다. 인허가에서 착공은 한두 달, 준공까지는 반년이면 된다. 지난 저금리 기조에서 집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며 빌라 건축이 급증했다. 2020년 7월 시행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여파로 전셋값이 오르며 높은 전셋값을 받아 대출금과 공사비를 충당하는 이른바 무자본 신축이 많아졌다. 전세 사기의 빌미가 된 셈이다.
많은 청년과 신혼부부, 노년층 등이 저렴한 빌라에 전세나 월세 형태로 거주한다. 아파트에 비해 빌라 임대시장이 활성화된 이유다. 세입자 입장에서 보증금은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더 나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목돈이다. 하지만 전세 사기 여파로 ‘보증금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면서 빌라에 주홍글씨를 새겼고 빌라 기피 현상이 극심해졌다.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빌라 인허가 물량은 1만4785가구로 전년보다 67.8% 감소했다.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빌라 인허가 물량은 5306가구로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5% 급감했다.
비아파트 공급 절벽 우려
징조는 그 전부터 나타났다. 공사비가 급등한 데다 금리 인상으로 빌라 신축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정책 추진의 무게를 두면서 빌라를 지을 곳마저 줄고 있다.
전세 보증한도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를 놓으려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필수가 됐는데 가입 기준(공시가격의 126%)을 맞추기가 여간 쉽지 않다. 대부분 빌라의 공시가격이 실제 매매가의 절반 수준인 반면 전셋값은 매매가에 육박하는 사례가 많다. 올 들어 서울에서 거래된 빌라 전세 계약의 46%가 역전세 주택이었다.
흔들리는 빌라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 이런 추세라면 몇 년 뒤 비아파트 공급 절벽 우려가 현실로 닥칠 것이다. 빌라가 저렴한 전세 주택 공급을 통한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순기능도 있는 만큼 적정 물량이 공급돼야 한다. 빌라 공급시장을 정상화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찾는 동시에 안전한 보증금 반환을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빌라를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과 같은 유연한 규제 완화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모두가 아파트에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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