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못 타도 접어 날리는 자유… 달 뜨는 고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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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 시인의 새 시집 '스위스행 종이비행기'는 사회적 관계, 그 관계를 규정짓는 위계, 이 위계를 구분짓는 수많은 선들을 고이 접어 날려보낸다.
"달이 뜨는 고도까지는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라는 첫 페이지 속 시인의 말이 암시하듯 저 멀리 떠나고 싶어 하는 유목민의 이미지들이 많다.
시 '투명'에서는 "부모가 깔아놓은 길과/스승이 알려준 길의 교차점/그 어디쯤/거기서 그는 길을 잃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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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 시인의 새 시집 ‘스위스행 종이비행기’는 사회적 관계, 그 관계를 규정짓는 위계, 이 위계를 구분짓는 수많은 선들을 고이 접어 날려보낸다.
“달이 뜨는 고도까지는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라는 첫 페이지 속 시인의 말이 암시하듯 저 멀리 떠나고 싶어 하는 유목민의 이미지들이 많다.
소속이 없으므로 누군가 불러도 쉽게 돌아보지 않지만 두려움도 느낀다. “누가 나를 빨강이라고 불렀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빨강이 아니라 하양이거나 노랑이므로(중략)/ 빨강아 빨강아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내가 빨강일 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는 시 ‘빨강’에서 그런 기분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누구가 바로 누구라는 걸 누구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누구 그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만”(시 ‘누구의 누구’ 중) 한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옭아매는 것들의 연속이다. 시 ‘거미줄 연구가’에서 화자의 아버지는 거미줄에 박식해서 거미줄에 대해 알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은 다 집 밖에 있었네/집은 너무 습하고 많이 어두웠다네”라고 고백한다. 시 ‘투명’에서는 “부모가 깔아놓은 길과/스승이 알려준 길의 교차점/그 어디쯤/거기서 그는 길을 잃었다”고도 했다.
그래서 영토에 얽매이지 않고 어디까지든 가볼 참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결국 안락사가 가능한 나라인 스위스와 베른의 의사를 상상한다. 그러면서도 끝내 그곳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양원에 먼저 간 친구, 강변길 산책풍경, 일곱살과 20대·30대였던 과거를 생각하는 시들에서는 현실이라는 땅을 여전히 딛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황정산 시인은 “시인이 된다는 것은 자유로운 길이지만 투명하게 자신의 존재까지도 지워야 할 위험한 길이기도 하다”며 “이 위험한 길로 갈 것을 담담한 어조로 설득하고 있는 매혹적이고 위험한 시집”이라고 평했다.
한 시인은 1992년 ‘시와시학’ 신인상 수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꽃뱀’, ‘두 번 쓸쓸한 전화’, ‘시집 읽기’ 등을 냈다. 강원대 스토리텔링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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