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산책] 신장기증 30주년, 되로 주고 말로 받은 행복
신장(콩팥)이 나빠져 일주일에 두세 차례 투석 치료를 받는 신부전 환자들. 이들은 무더운 여름철에 냉수 한 컵, 수박 한 조각 마음 편히 먹지 못한다. 너무 힘들다 보니 “차라리 죽는 게 났겠다” 할 만큼 고통스럽다고 한다.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신장 이식수술’을 받거나 그런 기회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
내가 강원도의회 초선의원이던 1994년 어느 날 지역주민인 아주머니 한 분이 집으로 찾아오셨다. “투석 치료를 받는 아들 진환이에게 내가 신장을 주고 싶어도 수술비가 없어 걱정이다. 내 눈 하나를 팔아서라도 아들이 이식수술을 받게 해주고 싶다. 성 의원님은 아는 사람이 많을 테니 신문사에 이야기해줄 수 없겠느냐”고 하였다. 이야길 듣는 동안 위대한 모정에 눈시울이 뜨거워져 눈물을 감추느라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야 했다. 며칠 후부터 성금 모금 운동을 벌였고, 신문 방송에서 이 일을 보도해 준 덕분에 충분한 수술비가 마련되어 진환이 어머니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리고 며칠 후,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하였다는 지역주민 한 분이 언론 보도를 보았다며 만나자는 전화를 하였다. 그날 저녁을 같이 먹으며 많은 이야길 들을 수 있었다.
“사람 몸의 신장 두 개는 평소엔 각각 50%의 기능과 역할을 하는데, 하나를 떼 내면 남은 하나가 100% 역할을 하게 된다. 해서 건강한 사람은 하나만 있어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런 이야길 듣고 보니, 평범한 지역주민도 한 일을 도의원인 내가 솔선수범 못 할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나는 신장 기증 절차와 방법을 알기 위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몇 달 후 한양대병원에서 마포구청 청원경찰에게 신장을 주는 이식수술을 하였다. 그날이 1994년 6월 9일이었으니 벌써 30주년이 되었다.
타인을 위한 ‘신장기증’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한 사람은 박진탁 목사님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인 목사님은 1991년에 신장 기증을 실천하고서 30년 넘게 장기기증운동을 펼치고 있다. 2024년 현재 88세임에도 건강도 좋으시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신부전환자는 가족끼리 이식수술을 할 때 조직이 가장 잘 맞고 결과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신장 하나를 떼 주었다가 나중에 행여나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으로 가족 간의 이식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나는 도의원 시절 지역 현안 해결을 명분으로 단식투쟁을 하였고, 또 진폐협회 일을 시작한 2007년부터는 열흘 이상의 ‘단식투쟁’을 여러 차례 했었다. 모두 신장 기증 이후의 일로 건강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결단은 발아래가 지옥인 탄광 막장에서 저승사자에 맞서 석탄을 캐며 불굴의 ‘막장정신’을 배운 것도 큰 힘이 되었다.
이따금 내가 신장 기증을 하였음을 아는 사람으로부터 건강을 묻는 인사를 받곤 한다. 신장 하나를 뗀다고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아님을 박진탁 목사님과 내 사례가 몸으로 보여주고 30년 세월이 증명한 셈이니 그런 걱정은 기우라 할 수 있다.
신장 기증을 결심할 당시엔 해고 광부를 세 번이나 도의원으로 뽑아 준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했던가. 신장을 기증하고서 내가 마음먹은 일은 대부분 뜻대로 해결되었고 하는 일마다 잘 풀렸다. 두 개여서 하나를 나누어주고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너무도 많은 것을 받은 셈이다. 나는 선한 영향력과 긍정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신장하나를 떼어 낸 빈자리엔 행복과 기쁨이 채워지곤 한다. 이렇듯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 결코 저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닌 듯하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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