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이닝도 거뜬…끝내주는 삼손
올 13개 더해 통산 120S 위업
보통 마무리 투수라고 하면 정규이닝의 마지막 이닝인 9회부터 마운드에 오르곤 한다.
그런데 롯데 김원중은 지난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9회가 아닌 8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롯데가 6-1로 앞선 상황에서 8회 바뀐 투수 전미르가 등판하자마자 김혜성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전미르는 2아웃을 잘 잡았다가 고영우에게 볼넷을 내줬다. 투수는 구승민으로 바뀌었지만 최주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면서 다시 교체 사인이 떨어졌다. 마무리 김원중이 결국 마운드에 올랐다.
김원중은 대타 원성준을 범타로 처리했다. 8회말 타선에서 추가 3득점이 나와 9-2로 점수차는 더 벌어졌고 김원중은 9회초 이용규-이주형-로니 도슨을 삼자 범퇴로 처리하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이날 김원중은 1.1이닝으로 시즌 13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리그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또 개인 통산 세이브 개수로만 따지면 120번째 세이브다. KBO리그 역대 16번째다.
마무리 투수로 5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올시즌 김원중의 역할이 더 커졌다. 그가 소화하는 이닝을 보면 알 수 있다. 올시즌에는 1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사례가 잦다. 1.1이닝을 소화한 경기가 5경기다. 2이닝을 던진 경기도 3차례나 있다. 지난 시즌에는 63경기 중 2이닝을 던진 경기가 단 3경기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벌써 멀티이닝을 소화한 경기가 지난해 수치에 육박했다.
지난해 롯데의 뒷문 공식은 8회를 구승민이 책임지고 김원중이 9회를 막는 것이었다. 그런데 구승민이 올시즌 부진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구승민은 올해 21경기에서 17이닝 16실점 평균자책 8.47을 기록 중이다.
올해 필승조가 개편되면서 새롭게 투입된 ‘루키’ 전미르도 개막전부터 계속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개막 후 한 달 동안은 16경기 15.1이닝 12실점(6자책) 평균자책 3.52로 신인 답지 않은 투구를 하더니 시즌을 소화할수록 점차 구위가 떨어지고 있다. 6월 성적은 5경기 3.1이닝 7실점 평균자책 18.90이다.
마무리 투수 김원중도 조금 일찍 몸을 풀기 시작했다. 언제든 등판하는 중간 계투와 달리 마무리 투수는 어느 정도 세이브 요건이 갖춰져야 마운드에 오른다.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 아니거나 점수 차가 클 때는 등판하지 않아도 되기에 간혹 휴식기간이 길어질 때도 있다. 따라서 기꺼이 멀티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다.
김원중은 경기 후 “기록을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 출전하는 경기마다 최선을 다 하다 보니 어느덧 이렇게 영광스러운 기록을 달성하게 된 것 같다”라며 “함께 고생해온 팀원들이 도와줘서 만든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그리고 무엇보다 팀이 상승세이니만큼 마운드 위에서 책임감 있게 던지려고 노력하겠다”며 “앞으로의 목표는 기록보다는 건강하고 아프지 않게 올시즌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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