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 올해도 두둑한 배당 잔치?…오너 일가 배불리기 비판도
1분기 순익 반토막에도 고배당 기조 유지할지 관심
오너 일가 수혜 지적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국내 유일 전업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30%대의 일관된 배당성향(이익 중 배당금으로 나가는 돈의 비율)을 보이며 대표 '금융 배당주'로 꼽히고 있다. 주주친화정책과 고배당은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오랫동안 이어온 경영 기조다. 올해에는 다수의 금융주들과 함께 배당 기준일을 변경하면서 '벚꽃 배당' 목록에 올랐다. 코리안리의 지난해 결산 배당금은 540원으로, 덕분에 오너 일가는 157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두둑이 챙겼다. 다만, 올해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난 가운데 고배당 기조를 이어갈 경우 오히려 오너 일가 주머니를 채우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리안리는 올해 1주당 보통주식 540원(지난해 결산 기준)의 배당을 확정했다. 시가 배당률은 6.8%로, 배당금 총액은 795억2446만원 규모다. 배당 기준일은 지난 4월 3일이다.
특히 코리안리는 다수의 금융주와 함께 배당 기준일을 변경하면서 동양생명, 삼성카드, 현대해상, KB금융지주 등과 '벚꽃 배당' 목록에 올랐다.
배당 정책 변경에 나선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배당절차 개선 방안이 있다. 앞서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국내 기업 대부분은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하고, 이듬해 봄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한다"며 "배당금을 얼마 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하고, 몇 달 뒤 이뤄지는 배당 결정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국제 표준과 차이가 있고, 우리 증시에 대한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며 배당 정책 변경 권고안을 내놓았다.
코리안리는 배당성향이 30%를 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주주친화정책과 고배당은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오랫동안 이어온 경영 기조다.
일반적으로 현금배당은 기업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시행한다. 코리안리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늘었다. 코리안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4% 늘어난 282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24억원에서 3637억원으로 3.2% 증가했다. 반면 매출액은 8조2205억원에서 6조9634억원으로 15.3% 감소했다.
다만, 현금배당의 취지가 무색하게 오너 일가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 제기됐다. 코리안리는 고 원혁희 회장 일가가 지분 18%가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오너 일가 지분은 올해 3월 말 기준 17.6%다. 현재 최대 주주는 고 원 회장의 부인인 장인순 씨로 코리안리 보통주 991만9046주(6.00%)를 보유하고 있다.
원 회장의 삼남 원종규 사장이 753만5524주(4.56%), 장남 원종익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이 610만8430주(3.69%), 장녀 원종인 씨 305만9139주(1.85%), 차녀 원계영 씨가 249만1200주(1.5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차남 원영 씨 지분은 없으며, 비상근 임원인 이필규 상무가 2.36%를 보유 중이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는 157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챙겼다. △장인순 53억원 △원종규 40억원 △원종익 33억원 △원종인 16억원 △원계영 13억원 등이다.
코리안리는 꾸준히 배당금 규모를 늘리고 있다. 코리안리 주당 배당금은 2019년(500원), 2020년(450원), 2021년(525원), 2022년(430원) 등이다. 2022년 기준 배당수익률만 따져보면 2019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올랐다.
코리안리가 이탈리아 해일폭풍 여파, 금감원 가이드라인 기저효과 등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난 가운데 고배당 기조를 유지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코리안리는 별도 기준 올해 1분기 63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9.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498억원으로 49.2% 줄었고 투자손익 역시 309억원으로 51.9% 절반이나 줄었다.
일각에선 코리안리를 비롯한 금융주들이 실적 급감에도 불구하고 고배당을 유지할 경우 유동성에 대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너 일가 주머니를 채우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고배당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적이 주춤하거나 부진한 상황에서 고배당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경우 오히려 기업의 실적, 기대수익률 전망이 어려워져 장기투자의 유인이 떨어질 것이란 해석이다.
금융당국도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고 손실 흡수능력을 확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보험사들에 과도한 성과급이나 배당에 유의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도입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때까지 과도한 성과급이나 배당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성과급이나 배당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복현 금감원장은 "단기 성과에 치중해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기관이 배당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 건전성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좋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조업의 경우 당연히 배당성향이 높아야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하는 측면이 있지만 보험사는 좀 다르다. 배당이 대주주들이 어떤 이익을 수령하는 창구가 아니라 주주 환원 차원에서 배당이 활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사실 금융기관이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는 측면에서는 배당이 높은 것도 어느정도 이해는 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코리안리는 오너가 지분 비율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0%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당이익이 주주에게 환원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리안리의 시장 유통주식수는 최대주주 지분과 자사주를 제외하면 69% 수준이다. 코리안리의 자사주 비중은 10.9%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1분기 실적으로는 고배당 기조 유지에 대해 언급하긴 어렵다"며 "오너일가의 지분은 20%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 대한 주주환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리안리는 종목별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꾀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무상증자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도 했다. 2022년 실시한 무상증자에 이어 두 번째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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