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73] 백두산 최고봉의 이름
1900년대 이후 일본 학생들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 후지산(해발 3776m)이 아니라 ‘니이타카야마’(新高山·해발 3952m)라고 배웠다. 나라의 최고봉이 갑자기 바뀐 사연에는 일본의 제국주의 팽창이 있었다. 니이타카야마는 일본이 아니라 대만에 소재한 산이다. 대만을 병합한 일본은 1897년 본래 옥산(玉山)으로 불리던 산의 이름을 니이타카야마로 바꾸고는 일본 최고봉의 타이틀을 부여했다. 메이지 천황의 명명이라는 선전이 곁들여졌다.
1941년 12월 8일은 일본군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날이다. 6일 전인 12월 2일 해군 후나바시 무선송신소는 연합 함대 사령부 앞으로 한 통의 암호 전문을 타전한다. “니이타카야마 올라라 하나둘공팔(ニイタカヤマ ノボレ ヒトフタマルハチ)”. 12월 8일을 기해 공격을 개시하라는 의미였다. 전보에서 언급된 니이타카야마가 바로 옥산이다. 니이타카야마는 ‘도라 도라 도라’와 함께 태평양전쟁 개전을 상징하는 문구로 역사에 남았다. 대만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이름과 사유로 자국의 명산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셈이다.
2018년 9월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함께 오르는 일이 있었다. 한국 언론들은 방문지인 백두산 최고봉을 ‘장군봉’으로 보도하였다. 정부 해외홍보원 영문 사이트에도 ‘Janggun Peak’로 소개되었다. 백두산 정상은 ‘병사봉(兵使峰)’이 본래의 이름이다. 장군봉은 60년대에 병사를 병사(兵士)로 착각한 김정일이 김일성 탄생지 위상에 걸맞지 않다며 백두혈통 신격화 차원에서 바꾼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병사봉은 일제 때 천황 연호를 따 ‘대정(大正)봉’으로 불리다가 해방과 함께 되찾은 이름이다. 최고봉은 나라마다 상징적 의미가 있기 마련이고 정치적 조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국 대통령이 장군봉에 올랐다는 문구가 한국에서 거리낌 없이 통용되는 것은 그만큼 김씨 세습 체제의 정치 프로파간다가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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