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쟁’ 40년만에 불붙었다…EU 칼 빼들자, 중국 보복 예고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송광섭 특파원(song.kwangsub@mk.co.kr) 2024. 6. 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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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어 EU 최대 48% 부과에
中, 25% 맞관세 카드 만지작
BMW 등 독일차는 ‘발동동’
코냑·돼지고기 등도 中 타깃
“美와 달리 수위조절” 관측도
1980년대 전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쳤던 ‘자동차 관세전쟁’이 40년만에 다시 불붙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1%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중국은 즉각 보복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다만 강경 일변도인 미국과 달리 EU는 회원국 상황에 따라 입장 차가 있는 만큼 중국은 ‘각개격파’로 문제 해결에 나설 태세다.

EU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방침을 발표한 12일(현지시간)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다음 달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 관세에 더해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계획을 중국 당국과 대상 업체에 통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BMW는 “추가 관세는 잘못된 방향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기업과 유럽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수입 관세 도입 등 보호주의 조치는 국제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폴크스바겐도 “장기적으로 유럽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절치 않다. 우리는 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무역기구(WTO) 정신에 따라 무역장벽 철폐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시장에서 독일 차에 비해 열위에 있는 프랑스와 스페인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스페인 자동차제조업협회(ANFAC)는 “국제법에 맞고, 평등한 조건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한 시장 자유 경쟁을 옹호하며,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 처벌해야 한다”며 “스페인은 전기차 생산 제조를 장려하고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 강력한 산업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 기업인 스텔란티스도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믿으며, 세계 분열에 기여하는 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노버 응용과학대학교 강사 프랭크 슈워프는 로이터통신에 “유럽 소비자들과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에 재앙”이라며 “다만 중국 시장이 중요한 독일 업체들과 달리 비중이 미미한 프랑스 업체들은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EU 집행위원회에 보조금을 적게 받는 만큼, 관세를 조정해달라고 개별 조사를 요청했다. 위원회는 다른 업체들도 21% 추가관세를 피하고자 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을 주요 수출 허브로 활용하며, 모델3를 중국에서 생산해서 유럽에 보낸다.

중국의 맞대응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전문가를 인용해 “EU의 추가 관세 부과를 두고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도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카드는 유럽산 자동차에 맞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EU의 추가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산 대형(2500cc 이상) 자동차 관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현재 15% 수준인 관세를 25%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수입한 유럽산 대형 자동차는 25만대로 전체 수입물량의 30% 이상에 달한다.

자동차발 관세전쟁이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농업, 항공, 대형 엔진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코냑 생산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월 유럽서 수입한 브랜디를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는데 대부분이 프랑스 코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냑 관련 협회 측은 “이번 결정을 주시하고 있으며, 중국의 보복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산 돼지고기와 명품도 보복 관세 타깃으로 꼽힌다. 업계가 EU산 돼지고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당국에 신청하기 위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글로벌타임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EU에 대해서는 보복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조치는 올해 하반기 EU 27개 회원국이 승인해야 시행이 확정되는 만큼 중국이 보복 조치를 우려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대화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헝가리는 경제부 장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가 “잔인한 징벌”이라면서 반발했다. EU 회원국인 헝가리는 중국과 무역을 중시하며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공장도 유치했다. 노르웨이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 조치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재무장관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에 이어 EU도 중국산 전기차를 무역전쟁의 중심에 두면서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NEF(BNEF)는 이날 2026년 배터리 전기자동차 판매 전망치를 기존 2010만대에서 177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2024년 판매 전망은 1290만대에서 1110만대로, 2025년 전망은 1660만대에서 1400만대로 낮췄다.

김덕식 기자·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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