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우리생물] 여름을 여는 꽃, 순채

2024. 6. 1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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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채(蓴菜)는 '순을 나물로 먹는다'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과거 우리나라 저수지나 연못에서 흔히 채취할 수 있었으나 습지가 줄어드는 등 영향으로 제주도와 강원도 동해안 등 일부 지역으로 자생지역이 좁아졌다.

이 흥미로운 수분 방법은 암술과 수술의 성숙에 시간 차이를 만들어 자신과의 꽃가루받이를 피해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순채만의 타가수분 전략이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순채꽃의 개화는 우리의 생태복원 노력의 성과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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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강원도 강릉의 순포습지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 순채(Brasenia schreberi)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한동안 순포에서 사라졌던 순채는 2017년 환경부에서 추진한 생태하천 복원 사업의 결과로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 매년 초여름이면 순포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순채(蓴菜)는 ‘순을 나물로 먹는다’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과거 우리나라 저수지나 연못에서 흔히 채취할 수 있었으나 습지가 줄어드는 등 영향으로 제주도와 강원도 동해안 등 일부 지역으로 자생지역이 좁아졌다.

조선시대에는 임금님께 진상되었던 귀한 재료이기도 했다.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채취한 줄기와 돌돌 말린 어린잎을 식용하며 젤리 같은 우무질로 미끈거리는 독특한 식감이 여름철 입맛을 돋워 주고 강하지는 않으나 자꾸 생각나는 단맛을 지녔다. 최초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 순채탕, 순채국, 순채회 그리고 화채 등의 조리법이 전해지며 ‘동의보감’에도 해독과 해열 효능이 기록되어 있다.

타원형의 잎이 물에 떠있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로 5월 중순부터 8월까지 지름이 약 2㎝로 3갈래로 갈라지는 홍자색 꽃을 피운다.

바람에 의존하는 꽃가루받이를 통해 이틀간 번식하는데, 각 꽃에는 수술과 암술이 있어 첫째 날에는 암술만 열린 꽃이 물속에서 나왔다가 가라앉고 둘째 날에는 꽃이 다시 수면 위로 나오지만, 이번에는 12~18개의 수술이 꽃가루를 방출한다.

이 흥미로운 수분 방법은 암술과 수술의 성숙에 시간 차이를 만들어 자신과의 꽃가루받이를 피해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순채만의 타가수분 전략이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순채꽃의 개화는 우리의 생태복원 노력의 성과를 상징한다. 이번 여름, 아름답게 피어난 순채꽃을 감상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정은희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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