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성적을 매기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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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끝났다.
바야흐로 결산의 계절이 된 것이다.
위에서부터 학점별로 배당된 인원수에 맞게 A, B, C 순서대로 적으면 그만인 것을 내가 계속 다시 들여다보고 점수를 다시 더했다 뺐다 부산을 떠는 까닭은, 미안해서이다.
C학점을 받을 만해서 받는 학생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게까지 낮은 평가를 받을 상황이 아닌데 그런 점수를 받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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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론상으로는 더없이 간단한 일이다. 점수를 매기고 모든 항목의 점수를 기계적으로 더한 후 총점을 내림차순으로 정렬하면 끝 아닌가. 위에서부터 학점별로 배당된 인원수에 맞게 A, B, C 순서대로 적으면 그만인 것을 내가 계속 다시 들여다보고 점수를 다시 더했다 뺐다 부산을 떠는 까닭은, 미안해서이다. 충분히 잘했는데도 A학점을 받지 못하거나 크게 부족한 점이 없는데도 C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볼 낯이 없어서이다.
상대평가가 그렇다. 새삼스럽게 이 지면에서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의 장단점을 비교할 계제는 아니지만 무슨 수학 시험도 아니고 문학을, 더구나 정답이 따로 없는 창작 수업의 학업 성취도를 등수로 매길 수 있나. 상대평가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몇몇 세부 기준들이 있고 나 나름대로도 학기 초부터 정량화하기 좋은 과제들을 미리 부과한 바 있지만 어쨌든 전체 인원의 30퍼센트는 C학점 이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모두가 열심히 했고 모두가 잘했다 할지라도 무조건.
종강하던 날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C학점을 받을 만해서 받는 학생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게까지 낮은 평가를 받을 상황이 아닌데 그런 점수를 받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억울할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내가 달리 도와줄 방법이 없다. 학점 관련하여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대신 밥을 사줄 수는 있다. 그러니 억울하면 내게 와서 밥이라도 사달라고 해라.
학생들이 와르르 웃었다. 그들이 한 학기 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치열하게 수업에 임해왔는지, 학점에 장학금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를 모르지 않기에 나는 웃지 못했다. 자신에게 부당히 낮은 점수를 준 얄미운 선생이 그까짓 밥을 사준들 그것이 무어 반갑겠는가. 내 마음 편하자고 한 소리밖에 더 되겠는가.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뾰족한 수가 없어 어떻게 하면 최대한 모두에게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이리 미련하게 배점표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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