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진의시네마포커스] 소름 돋는 ‘악의 평범성’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악의 평범성 banality of evil'은 한나 아렌트에게 대중적 명성을 가져다 준 그녀의 대표적인 개념이다.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직관한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자신의 상상과 달리 지극히 평범하고 가정적이며 준법 정신이 투철한, 육체적,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점에 놀랐고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6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학살하는 인종 청소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는지 연구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작 끔찍한 것은 관객이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뒷마당에서 살해당하는데 아이들은 희생자들의 이빨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고 여자들은 정원을 감상하며 부부는 침실에서 낄낄거린다. 참으로 지독한 인지부조화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영화는 이 부조리, 악의 평범성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건물 곳곳에 다수의 카메라를 설치해 관찰 예능을 찍듯이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담아낸다. 낙원을 에워싼 지옥의 풍경과 하울링에 무감각한 인간들의 모습은 공포를 배가한다. 영화는 안간힘을 다해 이 공포극에 온기를 불어넣고 애도하고자 한다. 엔딩부 암흑의 무지화면 위로 울려퍼지는 사운드는 봉인된 지옥문이 열리고 희생자들의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온몸에 소름이 돋지만 영화는 우리에게 이 소리를, 이 고통을 견딜 것을 요구한다. 이 영화, 반드시 극장에서 보시기를 권한다.
맹수진 영화평론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