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내부 오리엔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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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는 39층짜리 고층 빌딩이 있다.
시가지로 들어서면 아파트 단지 옆에 프랜차이즈 대형마트가 있는, 서울에서 흔히 볼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엔 전통적인 서울-지역의 판도가 뒤집히는 데서 오는 통쾌함과 해학이 있었다.
서울중심주의에 기반해 지역을 타자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제국주의 시대 서양인이 동양인을 바라보는 관점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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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는 39층짜리 고층 빌딩이 있다. 시가지로 들어서면 아파트 단지 옆에 프랜차이즈 대형마트가 있는, 서울에서 흔히 볼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아쉽지만 요즘 돌담도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육지 사람’ 열에 여덟은 깜짝 놀란다. 이들이 생각하는 제주는 ‘우리들의 블루스’와 유튜브 브이로그 속 감성 카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이 된 영양편에서 피식대학은 지역을 대하는 전통적인 도식으로 회귀했다. 출연진은 철저한 도시 사람의 역할로 평화롭고 자연친화적인 시골을 헐뜯었다. 여행에 동행한 영양 출신 출연자도 없었기 때문에 관객의 편에 서서 출연자들의 몰이해를 꼬집을, 기존 김씨 역할을 할 인물도 제시되지 못했다.
지역을 대하는 이런 태도를 두고 미디어학자들은 ‘내부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른다.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에서 동양은 자연 그대로 보존된 신비로운 땅이자 비이성, 비합리를 상징하는 지역으로 여겨졌다. 반면 서양은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문명으로 동양보다 뛰어난 존재로 인식된다. 서울중심주의에 기반해 지역을 타자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제국주의 시대 서양인이 동양인을 바라보는 관점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댓글에 이런 말이 있었다. “영양에도 사람이 살아요.” 지역을 세트장 보듯 바라보는 서울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이들은 투명인간이 됐다.
모두가 서울로 향하는 요즘, 미디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지역 콘텐츠로 넘쳐나고 있다. 에스파의 윈터씨가 완벽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영상은 조회수 1400만회를 넘겼고, 오오티비 같은 굵직한 스튜디오에선 지역별 명물을 비교하는 ‘대표자’ 시리즈를 내놨다. 콘텐츠는 분명 늘었는데, 그 안에서 나타난 지역은 여전히 사투리와 먹거리로 대표되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이다. 서울 시민이 바라보는 지역의 모습은 이제 식상하다. 투명인간에게도 마이크를 쥐여줘야 할 때다.
윤솔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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