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훈 "유재석 존경... 모범이 되는 사람이고파" [인터뷰]
자아성찰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
"연기가 늘 저를 조련하는 것 같아요"
오랜 기간 '연기' 한길을 걸어온 원로배우들은 "배우의 기본은 인성"이라고 말한다. 데뷔 11년 차 배우 윤종훈 역시 이 말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스스로를 점검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며 산다. 개그맨 유재석을 존경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올바른 청년' 윤종훈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윤종훈은 지난 2013년 드라마 '몬스타'로 데뷔해 '응답하라 1994' '청춘시대' '왕은 사랑한다' '리턴' '그 남자의 기억법' '별똥별' '펜트하우스'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때로는 '매운맛' 캐릭터를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지만, 사실 인간 윤종훈은 '순한 맛' 그 자체다.
윤종훈과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인간미가 물씬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고 싶지 않아요. 배우나 아이돌을 좋아할 때 보통 사생활까지 파고들게 되잖아요. 저 역시 롤모델이 있었고 배우로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악영향을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늘 좋은 모습으로, 연기를 꿈꾸는 친구들이든 학생들에게든 귀감이 됐으면 좋겠고요."
그는 유재석에 대해 '존경하는 선배'라고 말했다. "과거 공연하며 월세 13만 원 집에 살 때 결심한 게 있어요. 나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준다면, 만약에 사람들이 날 더 많이 알게 되고 적당히 돈도 벌게 된다면, 더 많이 베풀고 이것이 나 혼자 힘으로 됐다고 생각하지 않겠다는 거였죠. 자만하고 오만을 떨면 내일 당장 무너져도 어떤 것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유재석 선배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비슷하게 얘기했더라고요."
유재석의 말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는 윤종훈은 "홍보 차원에서 예능에 나가서 한두 번 뵈었는데, 반갑고 그런 마음이 들어도 일부러 연락처는 안 물어봤다"며 "2017년 '해피투게더'에서 유재석 선배를 처음 봤는데 이후에 가끔 봬도 안 물어봤던 이유가 너무 많은 사람이 괴롭힐 거 같아서였다. 성격상 (연락처를) 알려주실 거 같긴 하지만 부담을 드리고 싶진 않았다"며 웃었다.
'선한 영향력'을 늘 되새기는 윤종훈은 연기에 쏟는 시간만큼이나 자아성찰을 많이 하는 타입이다. 특히 지난 5월 종영한 '7인의 부활'이 끝나고는 더 많은 생각을 했다. "나이가 마흔이 넘으면서 앞으로 배우로서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도 하고, 어떤 삶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나를 좋아해 주는 분들을 뿌듯하게 해줄까 그런 주제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연기 경력이 쌓일수록 그는 겸손함을 잃지 않고자 한다. "연기가 저를 조련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연기가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 '야 네가 뭘 알아' 하면서 달아나는 것 같거든요. 그런 것의 연속이죠.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그랬어요. 28살 때 대극장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 연출 감독님이셨던 분이 획기적으로 저를 주연으로 캐스팅해주셨어요. 선배들 반대가 극심했고, 공연하는 두 달이 지옥 같았어요. 하지만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좋은 평을 많이 받으면서 '연기가 이런 건가' 생각한 적이 있죠. 그런데 매체로 넘어오니까 '난 아직 애기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윤종훈은 수년 전부터 서예와 권투 등을 배우며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다.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을 겸하면서 밸런스를 맞추고 있어요. 배우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 조급해질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눌러주는 거죠. 서예를 오래 했는데 (정서적으론) 많은 도움이 됐어요. 언제든 배우로서 준비가 돼 있으려고 액션스쿨 12기 졸업도 했고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역시나 팬들의 응원이다. "'당신 연기 너무 잘 봤다' '큰 감동이었고 고맙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팬분들이 너무 감사해요. 제가 선물을 안 받겠다고 했거든요. 커피차도 안 받고요. (돈은) 스스로를 위해 썼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림이나 편지를 주시곤 해요. 가끔은 그게 더 고생시키는 거 같아서 미안할 때도 있지만요. 하하."
물오른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 윤종훈은 또 다른 변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내면은 부드럽지만 단단하다. "모두가 저를 사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겐 나쁜 사람일 수도 있죠. 하지만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이 떳떳하게 지냈다면 그 이후에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런 것들에 스트레스받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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