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적게 자면 왜 기억력 떨어질까?

한건필 2024. 6. 1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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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에서 발생하는 신경파동(SWRs)을 교란시켜 기억 방해
잠을 잘 못 자면 기억 형성이 방해되는 이유가 뇌신호 교란에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수면 부족이 기억 방해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새롭게 밝혀낸 동물실험 연구결과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쥐가 잠을 못 자면 장기기억과 관련된 중요한 뇌 신호가 흔들리게 된다. 잠을 잘 못 자면 기억 형성이 방해되는 이유가 이 같은 뇌신호 교란에 있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책임자인 미시건대 의대의 캄란 디바 교수(컴퓨터 신경과학)는 하루 이틀 푹 자고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는 것만으로 이를 회복하기는 힘들다면서 이번 발견이 기억력 향상을 위한 표적치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뇌 신경세포는 거의 단독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고도로 상호 연결돼 있고 종종 리듬감 있는 또는 반복적 패턴으로 함께 발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동기화된 패턴 중 하나가 '급격 파동과 물결(Sharp waves and ripples‧SWRs)'이다. 큰 신경세포군이 극단적으로 동기화된 발화를 보이고 난 뒤 두 번째 큰 신경세포군이 동일하게 발화하는 방식으로 특정 템포로 차례대로 진행되는 파동 패턴을 말한다.

이러한 파동들은 기억 형성의 핵심을 이루는 해마라고 불리는 뇌 부위에서 발생한다. 이 패턴은 나중에 장기 기억이 저장되는 새겉질과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SWRs 기능에 대한 하나의 단서는 이러한 파동들 중 일부가 과거 사건들 동안 발생했던 뇌 활동 패턴의 재실행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동물이 우리 안의 특정한 장소를 방문하면 해마에 있는 특정한 신경세포군이 일제히 발화해 그 장소의 신경 표현을 만든다. 나중에 이들 동일 신경세포군이 SWRs에 동참하면서 마치 그 경험의 일부분을 빠르게 재생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종전 연구는 이러한 파동이 교란될 경우 쥐들이 기억력 검사에서 고전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이들 파동이 오래 지속되면 같은 기억력 검사에서 쥐의 성적이 향상됐다. 1980년대부터 이러한 발화를 연구해온 미국 뉴욕대 의대의 죄르지 부자키 교수(신경과학)는 이러한 파동들을 기억력과 학습을 위한 '인지적 생체지표'로 불렀다.

연구진은 또한 SWRs이 깊이 잠들었을 때뿐 아니라 깨어있을 때도 발생한다는 점과 그럼에도 수면 중에 발생하는 SWRs 단기 지식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특히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파동, 수면, 기억 사이의 연관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수면이 이러한 파동과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 수면을 직접 조작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디바 교수는 지적했다.

수면 부족이 기억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 연구진은 7마리의 쥐가 몇 주 동안 미로를 탐험하는 동안 해마 활동을 기록했다. 그들은 규칙적으로 일부 쥐들은 수면을 방해하는 한편 다른 쥐들은 마음껏 수면을 취하게 했다.

놀랍게도 반복적으로 수면을 방해받은 쥐들은 정상적으로 잠을 잔 쥐들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심지어 더 높은 수준의 SWRs 활동을 보였다. 하지만 파동의 발화가 약하고 덜 조직적이어서, 이전의 발화 패턴의 반복이 현저히 감소했다. 수면을 방해받은 쥐들은 이틀에 걸쳐 충분히 잠을 자고난 뒤 이전 신경 패턴의 반복이 회복됐지만 정상적으로 잠을 잔 쥐들에게서 발견된 수준에는 이르지는 못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로렌 프랭크 교수(생리학)는 "기억은 경험한 후에도 계속 처리되며, 경험 후 처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라며 왜 시험 전 벼락치기나 밤샘이 효과적이지 않은 전략인지도 설명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정상적인 수면을 취한 쥐와 수면이 부족한 쥐의 파동 수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동의 양보다 그 함량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고 지적했다.

부자키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동물이 깨어있는 동안 발생하는 어떤 경험을 장기 기억에 편입할지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해 3월 6일 《사이언스》에 발표한 자신 연구진의 데이터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면이 부족한 쥐들의 흐트러진 SWRs가 장기 기억에 대한 경험을 효과적으로 각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동물은 나중에 그러한 경험의 신경 발화를 재생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이는 수면장애가 기억의 장기 저장을 방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있는 사람들과 같이 최근에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유용하게 활용 될 수 있다고 부자키 교수는 부연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538-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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