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공정까지 ‘원스톱’으로…파운드리 부진 뚫는 삼성
“칩 개발 소요 시간 20% 단축”…TSMC 대비 유리한 조건 강조
2027년까지 2나노 공정 ‘후면전력공급’ 도입…1.4나노 양산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미세회로 공정을 강화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팹리스(반도체 설계사)들의 주문을 따내려는 파운드리 업계의 경쟁도 깊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후공정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앞세워 미국 엔비디아 같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개최했다.
‘AI 혁명에 힘을 싣다’가 포럼 주제였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AI를 중심으로 모든 기술이 혁명적으로 변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AI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라며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기술 등으로 ‘원스톱 AI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우선 2027년까지 2나노(㎚·1㎚는 10억분의 1m) 공정에 ‘후면전력공급’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웨이퍼 앞면에 회로와 전력선이 함께 배치된다. 이 때문에 회로를 위한 공간이 줄어들고, 전력과 회로 사이에 간섭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 전력선을 웨이퍼 뒷면에 배치하는 후면전력공급 기술을 적용하면 간섭과 병목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전류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전압강하’ 현상도 줄일 수 있어 성능이 향상된다.
후면전력공급은 아직 상용화 사례가 없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도 2026년 말 2나노 이하 1.6공정에 이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에는 기존 4나노 공정에 칩을 더 작게 만들면서 성능을 높이는 ‘광학적 축소’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2027년 1.4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존에 발표한 로드맵에서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앞서 TSMC가 2026년 1.6나노 공정 계획을 밝히면서 삼성전자의 1나노대 공정 로드맵에도 시선이 모인 바 있다.
대신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고객사를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외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드는 메모리 공정과 이를 패키징하는 후공정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따라서 팹리스 고객사가 파운드리·메모리·후공정 업체들과 각각 따로 계약을 맺는 것과 비교할 때, 칩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20%가량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이는 파운드리 사업만 하는 TSMC보다 유리한 지점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를 독립 사업부문으로 출범시켰다. 다만 1위 TSMC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들지 않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1.3%에서 올해 1분기 11%로 하락하며 TSMC와의 격차가 오히려 커졌다.
송태중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28년 AI 칩 관련 매출이 지난해 대비 9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특정 고객은 언급할 수 없지만, 현재 AI 칩 주문을 계속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TSMC에만 맡기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우리가) 매우 집중하고 있는 고객”이라고 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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