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 치러 가는 날이 장 보는 날
시장 주 고객 노인층에 인기…상인 “매출 상승도 기대”
13일 오전 조용하던 시장 한쪽에서 호쾌하게 공을 때리는 소리가 잇따라 들려왔다. 소리가 난 곳은 시장의 2층. 충북 제천시가 중장년 시민들을 위해 제천중앙시장 안에 마련한 ‘마실 스크린 파크골프장’이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칸칸이 거대한 스크린이 설치된 500㎡ 규모의 실내 파크골프장이 펼쳐졌다. 이른 시간대였지만 10개 타석의 스크린 파크골프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차례를 기다리던 한 무리의 노인들은 지인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임홍씨(54)는 2년 전부터 파크골프를 즐기다 최근 이곳을 찾게 됐다고 했다. 임씨는 “비가 오거나 더울 땐 필드에 나가질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날씨 상관없이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시장 안에 있어 집에 갈 때 장을 봐 돌아간다. 중장년들을 위한 맞춤형 시설”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전통시장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다. 전통시장에 사람들을 더 모으고, 쇠락하는 원도심까지 활성화해보자는 포석에서다.
지난달 28일 제천중앙시장에 문을 연 스크린 파크골프장은 제천시와 민간사업자가 사업비 5억6000만원의 절반씩 투자했다. 부지는 중앙시장 내 빈 점포 22곳을 활용했다. 민간사업자는 점포 1곳당 매달 7만~10만원의 임차료를 제천시에 낸다. 이용요금은 18홀 기준 5000원이다.
제천시가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마련한 것은 중앙시장과 인근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다. 중앙시장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역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었다. 하지만 다른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전통시장 침체, 지방 쇠락과 맞물려 서서히 활기를 잃었다. 이를 타개하고자 제천시는 2016~2017년 시장 점포 22곳에서 청년몰 사업도 진행했다. 하지만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고, 청년들이 모두 빠져나간 점포들은 6년 넘게 텅 비어 있었다.
이렇게 비어 있던 점포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이 생기면서 시장은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제천중앙시장에서 29년째 수입품 판매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경숙씨(68)는 “휑했던 시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고 있다”며 “스크린 파크골프장 이용객 대부분이 전통시장 주 고객인 노인층이라 시장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천에는 32개의 파크골프 클럽에서 1700여명 동호인들이 활동 중이다. 전국적으로는 14만2664명이 파크골프를 즐긴다. 김만환 마실 스크린 파크골프장 대표(65)는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동호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루 평균 50~60명이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하동군도 하동공설시장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시장유인형 편의시설 공모사업 당선작으로 지난달 25일 2개 타석 규모로 문을 열었다. 오지영 제천시 일자리경제과 주무관은 “중앙시장을 방문하는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도심 상권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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