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과 테이텀, 더블 에이스가 뜬다
농구에서 원투펀치는 팀의 공격을 주도하는 1, 2옵션을 뜻한다. 보통 강력한 에이스가 득점을 주도하는 가운데 그다음 영향력을 가진 선수가 뒤를 받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올시즌 보스턴의 정규시즌 전체 승률 1위, 플레이오프에서의 승승장구를 이끈 원투펀치, 제이슨 테이텀(26‧203cm)과 제일런 브라운(28‧196.2cm)은 그간의 케이스와는 다소 차별되는 색깔을 띄고있다는 분석이다.
원투펀치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기에 해당되는 두선수는 함께 활약하면서도 팀내 위상이나 외부의 평가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에이스와 그에 준하는 선수로, 약간은 한쪽으로 살짝 기운 관계가 많다. 어떤 이들은 이를 배트맨과 로빈에 비유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원펀치와 투펀치의 차이다.
시카고 불스 전성기를 이끈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 21세기에 3연패 신화를 쓴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가 대표적이다. 지난시즌 덴버 너게츠의 팀창단 첫우승을 합작한 니콜라 요키치와 자말 머레이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겠다. 반면 비슷한 또래의 스윙맨 듀오 테이텀과 브라운은 조금 다르다. 다른 원투펀치에 비해 격차가 크지않으며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하다.
물론 엄밀히 따진다면 이름값이나 그간 성적 등에서 테이텀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테이텀은 평균 26.9득점(7위), 4.9어시스트, 8.1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다. 니콜라 요키치, 야니스 아데토쿤보,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루카 돈치치 등 비미국인 선수들이 위용을 뽐내고있는 가운데 미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스타중 한명으로 꼽히는 선수다. 성적만 놓고보면 브라운은 살짝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다. 정규시즌에서 평균 23득점, 3.6어시스트, 5.5리바운드, 1.2스틸을 기록했다.
테이텀은 현재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MVP, 올 퍼스트팀(3회), 올 루키 퍼스트팀, 올스타(5회) 등 꾸준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창인 나이를 감안했을때 은퇴할 즈음에는 지금보다 한층 두텁게 쌓여있을 공산이 크다. 반면 브라운은 올 세컨드 팀, 올 루키 세컨드팀, 올스타(3회) 정도가 전부였다. 적어도 올시즌 정규리그까지는 그랬다.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테이텀이 주춤한 가운데 브라운이 치고나갔다. 꾸준하게 공수에서 맹활약해주고 있는 것을 비롯 중요한 순간 클러치 플레이도 종종 선보이며 '1옵션같은 2옵션'으로 활약중이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에서 패색이 짙던 4쿼터 종료 6.1초전 터프샷으로 동점 3점슛을 작렬시킨 것을 비롯 4차전에서도 막판 동점 상황에서 센스넘치는 패스로 데릭 화이트의 역전 3점슛을 도왔다.
중요한 순간마다 놀라운 존재감을 선보였으며 결국 시리즈 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8.2득점, 6.2리바운드로 컨퍼런스 파이널 MVP에 선정됐다. 파이널에서도 뜨거운 경기력은 식지않고 있다. 1차전에서 22득점, 6리바운드, 3스틸, 3블록슛으로 공격을 이끌었으며 2차전 21득점, 7어시스트, 3차전 30득점, 8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활활 타올랐다. 그야말로 에이스 모드다.
어디 그뿐인가. 수비에서도 존재감이 대단하다.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브라운은 1~4번 어떤 선수와 부딪혀도 좀처럼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스위치 상황에서 특히 제몫을 해준다. 댈러스 매버릭스 원투펀치의 한축 카이리 어빙과의 매치업시 펼쳐보인 파이널 2차전에서의 수비는 보는 이들을 감탄케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어빙은 빠른 발에 더해 리그 최고의 드리블 실력을 갖춘 특급 볼핸들러다. 몸놀림 좋은 가드들조차 감당하기 쉽지않은 선수다. 하지만 스윙맨인 브라운은 어빙의 사이드스텝을 어렵지않게 따라다니며 댈러스 오펜스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신보다 훨씬 크고 힘좋은 선수가 움직임조차 대등하게 가져가자 어빙은 당황한 모습이었고 그로인해 특유의 리듬감있는 플레이까지 꺾여버렸다.
물론 테이텀도 제몫은 해주고 있다. 팀내 1옵션으로서의 기대치가 워낙 커서 그렇지 파이널에서 보스턴이 3승을 선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야투성공률이 조금 아쉬웠을뿐 공격시 댈러스 수비진의 미끼가 됐고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면 무리하지않고 안정적으로 볼을 돌려주며 패싱 플레이를 살려줬다.
올시즌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테이텀이 보스턴의 1옵션에 맞는 선수인가?’라는 논쟁이 뜨겁다. 팀 보스턴이 극강의 모습을 보이며 플레이오프에서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에이스로 불리는 테이텀이 별반 눈에 띄지않는 이유가 크다. 요키치, 돈치치 등 팀 화력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선수들에게 에이스의 눈높이가 맞춰진 팬들로서는 상대적으로 순한 맛인 테이텀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보통 이런 경우 해당 선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무리를 하게되는 이유다. 테이텀은 다르다. 자신의 올시즌 목표를 철저히 우승에 맞춰놓은 모습이다. 예전같으면 그날 야투 성공률이 좋지않아도 고집스럽게 난사하는 경향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욕심을 버리고 패스를 택하고 있다.
오히려 그런 날은 수비에 더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참여하는 등 궂은 일에 힘을 쏟는다. 팀 보스턴이 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3차전에서는 그간의 득점 부진에서 벗어나 31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적어도 이번 플레이오프만 놓고보면 테이텀보다는 브라운이 1옵션에 좀 더 가깝다.
그로인해 파이널 MVP 또한 브라운이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기점으로 1, 2옵션이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더 오랜시간 1옵션으로 활약했던 것은 단연 테이텀이며 당장 다음 시즌에는 또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의의 경쟁은 팀 보스턴을 더 강하게 만들 원동력이다는 사실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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