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현실 꼬집은 전문가들 “자산형성 지원보다 ‘금융교육 확대’가 시급”
‘자극적이고 빠른 투자’ 쉽게 노출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을”
올해 처음 출시된 개인투자용 국채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까지, 정부가 내놓는 금융정책의 핵심은 국민의 ‘자산 형성’ 지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충분한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고수익을 좇아 고위험 투자에만 나서거나 두려움에 투자를 아예 기피하는 투자의 ‘양극화’ 속에, 장기간 ‘따박따박’ 투자하는 문화가 설 자리는 좁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13일 만난 전문가들은 투자는 물론 자산 형성을 위해선 금융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작은 금액부터 투자에 나서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자산관리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 자산관리전문가(PB) 출신이자 재태크 관련 유튜브 ‘박곰희TV’를 운영하는 박동호 대표는 “요즘은 정보가 너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수많은 투자방법 중 가장 자극적이고 빠른 것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긴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모아가는 투자를 해본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투자가 투기로 이어지는 사회적 부작용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회생법원은 ‘2023년 개인회생사건 통계조사 결과보고서’에서 “가상화폐, 주식 등 경제활동 영역이 확대된 20대의 개인회생신청 비율은 2021년 상반기 10.3%에서 지난해 하반기 17%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금융교육이 부족하고 효과적이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김현우 행복자산관리연구소장은 “투자를 머릿속에 떠올린다면 대부분 주식이나 코인 대박을 떠올리지만, 저축이 아닌 모든 것이 투자라 볼 수 있다”며 “투자관이 그렇게 박혀 있는 것도 어찌보면 경제교육이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비율은 초등학생 37.5%, 중학생 33.9%, 고등학생 38.9%에 그쳤다. 금융교육을 받은 사람이 10명 중 4명이 채 안 된다는 뜻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정규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시킨다. 반면 국내에선 경제 과목은 선택의 영역이고, 금융감독원에서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기간 총 8회 수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도가 있을 뿐이다. 지난해 금융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박기효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요샌 경제 교육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교육을 받는 것은 30%뿐”이라며 “그나마도 일회성 교육에 그치고 체계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금융교육의 활성화를 촉구하면서도, 지식 전달 위주보다는 금융에 친숙해지고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소장은 “지금은 경제 교육을 듣고 싶어도 비싼 돈을 내고 듣는 방법 말고는 딱히 없어 청년 경제교육 등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교육 과정을 보면 대학의 경제학 교과서를 쉽게 풀어 쓴 수준”이라며 “원칙적인 얘기들보다는 재태크같이 실용경제 위주로 문턱을 낮춰 재밌고 즐겁게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자산형성을 하기 위해선 작은 금액부터 일단 직접 투자해보며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김 소장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보단 단돈 1만원이라도 관심 가는 부분에 투자해보고 모르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 맞는 부분을 찾고 공부가 됐다고 생각하면 그때 고액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투자에 실패하다보면 채권, 금, 달러 등 자산의 필요성을 알고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담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ISA 만들고, 채권 등 안전한 자산을 담고, 일부 주식을 섞는 연습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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