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억 기부' 벤처 1세대 거인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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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을 모방하는 데 쓰지 마십시오. 세계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 독창적인 연구를 하여 미래 우리 국민들을 먹여살릴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을 개발해주십시오."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515억원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한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지난 12일 오후 9시 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국내에선 최초로 515억원의 고액을 KAIST에 개인 기부하며 바이오및뇌공학과,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설립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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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 출신으로 미래산업 창업
반도체 장비 국산화 앞장서
나스닥 상장 후 경영서 물러나
수백억 기부 기술발전 큰 공
"이 돈을 모방하는 데 쓰지 마십시오. 세계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 독창적인 연구를 하여 미래 우리 국민들을 먹여살릴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을 개발해주십시오."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515억원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한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지난 12일 오후 9시 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
1938년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남성고를 졸업했다. 1962년 중앙정보부에 특채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원광대 종교철학과를 다녔다. 1980년 5월 중정의 기획조정실 기획조정과장으로 있다가 실세로 바뀐 보안사령부에 의해 해직됐다.
그의 벤처 신화는 1983년 시작된다. 1983년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미래산업'을 창업하며 반도체 검사장비를 국산화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후 국산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반도체 장비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로 자리 잡은 뒤 1999년 11월 국내 기업 최초로 미래산업을 나스닥에 상장해 '벤처 1세대'로 불렸다. 2001년에는 "착한 기업을 만들어달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정문술 선생은 한국 벤처기업의 대부"라면서 "창업 초기부터 '착한 기업'을 지향하며 기술 중심 경영, 거꾸로 경영을 펼치고 친인척 배제의 원칙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이런 도덕경영에 감명받은 KAIST의 어느 교수가 1996년 스스로 회사에 찾아가 연구개발에 참여할 정도였다고 이 총장은 설명했다.
고인은 국내에선 최초로 515억원의 고액을 KAIST에 개인 기부하며 바이오및뇌공학과,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설립에 기여했다.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은 한국의 성장과 번영을 위한 전략, 인류 공동의 난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기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인은 2013년 기부금 약정식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약속 때문에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면서 "이번 기부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소중한 기회여서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고인은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 2009~2013년 KAIST 이사장을 지냈다. 2014년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아시아·태평양 자선가 48인'에 선정됐다. 또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양분순 씨와 사이에 2남3녀가 있다. 빈소는 건국대병원, 발인은 15일 오전 9시. (02)2030-7940
[고재원 기자 / 안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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