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달에 1억 벌었대"…부업 찾던 직장인들 '우르르' 몰렸다 [현장+]

성진우 2024. 6. 1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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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 '이모티콘' 뜨자 학원 몰려간 직장인들
"주말·격일제 수업에도 꽉 차…문의도↑"
웹툰과 달리 '특징 잡기' 중심 수업
"시간 대비 효율성 따져 부업 중 옥석 가려야"
11일 서울 신촌에 있는 한 학원 수강생 / 사진=성진우 기자
평일 오후 7시 서울 신촌의 A 미술학원. 이 시간이면 20여대의 컴퓨터가 놓인 강의실은 수강생들로 가득 찬다. 수강생 대부분은 이모티콘 제작을 통해 부수입을 올리려는 예비 'N잡러' 직장인들. 이들은 자리에 앉아 포토샵으로 자신이 제작 중인 이모티콘을 화면에 띄웠다. 이모티콘은 곰, 고양이 등 동물은 물론 채소를 형상화한 것도 있었다. 이날은 개론이 아니라 개별 과제를 직접 점검하는 날이다. 강사는 일일이 자리를 돌아다니며 수강생들의 제작물을 손봐줬다.

최근 이모티콘 제작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모티콘 제작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에도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 특히 부업을 찾고 있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는 평이다. 

인근 회사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김민아(가명)씨도 2주째 퇴근 후 이 학원에서 이모티콘 제작 수업을 듣고 있다. 김씨가 현재 직장에서 받는 월급은 220만원가량. 그는 "지금 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가 빠듯해 부업을 찾아보게 됐다"며 "이모티콘 제작이 진입 장벽이 낮고,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들어 수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 휴게실 한쪽에 마련된 컴퓨터로 출석 기록을 남긴 뒤 "수업 기간인 5주 동안 제대로 배워보겠다"며 강의실로 향했다. 

또 다른 수강생인 최민구(가명)씨도 이모티콘을 통해 월급 외 부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혼자 이모티콘 제작 영상을 찾아봤는데 그냥 구상해서 그리기만 해선 안 되더라"라며 "도움을 받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부터 배우고 피드백도 바로 들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자신의 작업물을 내보였다.

11일 서울 신촌에 있는 한 학원에서 진행된 이모티콘 제작 수업 / 사진=성진우 기자


직장인들 사이에서 부업은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1개 이상의 부업을 한 적이 있는 취업자는 전년 같은 분기(월평균·45만1000명)보다 22.4%(10만1000명) 늘어난 5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청년층 부업자가 1년 전보다 30.9%(1만2400명)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모티콘 제작은 직장과 병행하면서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우선 컴퓨터나 태블릿 PC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든 이모티콘 제작이 가능하다. 또 작업물이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되면 판매량에 따라 매달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 인기 있는 이모티콘의 정산 금액은 억대로 알려져 있다. 

이모티콘 디자이너로 유명한 김나무 작가는 지난 1일 방송된 KBS 2TV '요즘 것들이 수상해'에 출연해 "'목이 길어 슬픈 짐승'으로 번 첫 달 수입이 1억2000만원"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김 작가는 지금까지 이모티콘을 5000개 정도 그렸고, 평균 연 매출은 5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카카오톡이 2021년 출시한 '이모티콘 플러스' 서비스로 추가 수입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이모티콘 플러스 가입자는 월 3900원 사용료를 내면 60만개 이상의 이모티콘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창작자는 서비스 가입자의 이모티콘 사용에 따라 정산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현재 해당 서비스 경험자 수는 약 1200만명, 구독자는 200만명에 달한다고 카카오는 밝혔다. 

실제 수업 자료 / 사진=서울 신촌 A 학원 제공


이모티콘 제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원을 찾는 수강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A학원의 경우에도 수업마다 정원을 모두 채웠다. 수업은 3시간씩 하루에 총 4회 진행된다. 오전 수업은 전업 작가 지망생이 많지만, 저녁 혹은 주말 수업은 대부분 직장인이라는 설명이다. 

이 학원 관계자는 "2년 전 이모티콘 수업을 처음 시작했을 땐 수강생 수가 미달하는 반도 있었다"면서도 "작년부터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가 됐다. 특히 오후 수업을 들으려는 직장인에게 신청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모티콘 제작 수업 방식은 일반적인 미술 수업은 물론 대중적으로 익숙한 웹툰과도 다르다. 포토샵 등 편집 프로그램을 먼저 익히는 부분은 웹툰 작업과 같지만, 웹툰이 그림의 구도와 스토리 구성에 집중한다면 이모티콘 수업의 포인트는 '특징 잡기'다. 

한 이모티콘 수업 강사는 "이모티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대랑 독창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끌어내기 위해선 콘셉트를 먼저 정하고, 사물이나 동물에서 부각할 특징을 잡아야 한다.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는 그다음 문제"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내 이모티콘 구매 페이지 / 사진=카카오톡 캡처


수강 기간은 보통 5주~8주 정도다. 수업 기간이 끝나면 학원 측이 채팅앱에 이모티콘을 등록하는 것도 도와준다. 하지만 모든 이모티콘이 정식 등록되는 건 아니다. 승인율은 20~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학원 관계자는 "보통 커리큘럼이 종료되면 한 수강생이 한 세트의 이모티콘을 등록하는데, 10명 중 2~3명꼴로 승인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체적인 신청 건수, 승인율을 공개하긴 어렵다"면서도 "창작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표현 방식을 지지하며, 앱 이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분화 된 매뉴얼에 따라 등록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N잡러들도 이젠 시간 대비 효율성 등을 따져서 부업 중 더 나은 옥석을 본격적으로 가리고 있다"면서 "이모티콘 제작도 분명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창작 영역이다. 인기라고 무턱대고 나서기보단 본업과 연관성이나, 재능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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