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보다 무서운 외로움"…폭염 속 폐지 줍는 노인 '위태위태'
이렇게 무더운 날씨는 고령층일수록, 또 야외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수록, 또 혼자 지낼수록 더 힘듭니다. 그래서 폭염에 특히 위험한 게 홀로 바깥에서 오랜 시간 폐지를 줍는 노인들입니다.
신진 기자가 이들의 하루를 함께 하며 취재했습니다.
[기자]
기온은 31도, 뙤약볕 가릴 곳은 없습니다.
83세 허남국 할아버지는 100kg 수레를 끌고 이 길을 갑니다.
달아오른 아스팔트는 더 뜨거워지고, 할아버지는 어지러워 주저앉습니다.
교차로 한가운데서 할머니는 우두커니 섰습니다.
키 150cm의 작은 할머니는 자기 몸 몇 배의 수레를 버텨야 합니다.
잠깐 서 있는 순간에도 온몸은 저리고 숨은 턱에 찹니다.
거리에서 폐지 주워 생활하는 노인들, 온열질환 고위험군 가장 위험한 집단으로 분류됩니다.
위험 요소를 다 갖췄습니다.
야외에서 일하는데 고령입니다.
대부분 혼자 살아, 증상이 나타나도 신고할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 노인들의 하루 함께 하며 몸 변화를 확인해 봤습니다.
심박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라졌고, 산소포화도가 낮아졌습니다.
대표적인 일사병 증상입니다.
할머니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작업 20분 만에 심박수가 치솟았습니다.
이 두 노인, 위험한 걸 알면서도 매일 거리로 나옵니다.
이유는 다르면서도 비슷했습니다.
이렇게라도 밖에 나가야 했고
[허남국/폐지 수거 노인 : 집에 혼자 있는 건 지옥살이에요. 대화할 사람이 없고. 밤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길에서 만나는 사람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안 더우세요?} 우리 아들보다 나아요. 얼마나 잘해 주는데.]
그리고 하루 벌이 1만원이라도 귀했습니다.
[폐지 수거 노인 : 너무 더우니까 하지 말라고 하는데 안 하면 할 일이 없어요.]
지난해 전체 온열질환 사망자 32명 가운데 절반은 60대 이상 노인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쉴 수 없고, 적막함을 견딜 수 없는 노인들은 제 발로 폭염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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