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조정 업무 거부"…병원노조, 의료계 휴진 철회 촉구

이정우 2024. 6. 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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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집단휴진 선언 후폭풍
17일 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에
간호사 등 파생업무 보이콧 나서
세브란스 노조도 의대 교수 비판
병원엔 환자 항의·문의전화 쇄도
“무책임” 의료계 향한 비판 확산
환자단체 연합회, 한 총리와 만남
韓 “집단 휴진 없게 의료계 설득”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휴진이 임박한 가운데 정부의 엄정대처 방침과 휴진을 둘러싼 병원 내부 갈등 등으로 대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의료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17일 시작되는 무기한 휴진을 앞두고 환자들의 진료·수술 일정을 조정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선 간호사를 포함한 병원 노동조합이 예약변경 업무를 거부하면서 교수가 직접 환자들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노조도 진료 연기나 예약 취소 등 업무를 일체 거부하기로 했다.
13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내원객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병원이 하루 수만건에 달하는 진료·수술 예약변경을 며칠 만에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경우 예고한 무기한 휴진이 사흘(14일 기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 13일 현재 진료 일정 조정 등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휴진을 둘러싸고 가장 혼란스러운 건 환자들이다. 직장인 환자들은 상급 병원 진료나 수술을 위해 연차를 내는 경우가 많고, 암 환자는 시기에 맞게 진료 전 검사나 약물투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조정 자체가 쉽지 않다. 병원 관계자는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갈 수밖에 없는 이 무책임한 휴진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료·수술 연기 통보를 받은 환자는 물론, 일정 조정 연락을 받지 못한 환자들의 문의 전화도 쇄도하고 있다. 한 환자는 “콜센터 등 전화 연결이 아예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집단휴진에 참여하는 개원가에 엄정대처할 방침이다. 18일 1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지방자치단체들에 현장 채증을 주문할 계획이다. 전국 3만6000여개에 달하는 의원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데, 일선 지자체에선 벌써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구청이나 보건소 모두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데, 행정력이 너무 낭비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의료계는 집단휴진을 5일 앞둔 시점에도 사분오열하고 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날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과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료계는 의협을 중심으로 굳건히 뭉쳐서 나아갈 것”이라며 “이번 주말까지 정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집단휴진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에 어떤 입장 변화를 요구하는지를 묻자 “아직 논의 중”이라며 답하지 못했다. 환자를 볼모로 한 집단휴진의 목적이 무엇인지조차도 합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임현택 의협 회장은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이냐. 임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 집단휴진 명분마저 약해졌다는 평가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이 개최한 의료현안 대응을 위한 연석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날 다른 환자단체 가족과 함께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2020년 전공의 집단행동 당시 국회에서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는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법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은 직무 유기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선천성 희소 질환인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을 앓는 박하은(23)씨를 입양해 돌보는 김정애씨는 울먹이며 “응급 현황이 잘 돌아간다고 하지만 피가 터진 사람 등을 우선하다 보니 희소질환자는 119차량 안에서 대기해야 한다”며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됐나, 개혁을 하려면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우리 아들딸들이 아무 탈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한 총리는 “비상 진료체계를 강화하고 중증·희귀·난치 질환자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집단휴진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의료계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우·조희연·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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