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 뺀 먹먹한 이야기"...'하이재킹', 밀도 높은 스릴러 (시사회)
[Dispatch=이명주기자] 누군가는 살고 싶었다. 또 누군가는 살리고 싶었다.
영화 '하이재킹'은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김성한 감독 데뷔 작품이다. 김경찬 작가로부터 실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연출 결심을 굳혔다.
"굉장히 짧은 이야기였는데 '이걸 왜 영화로 안 만들지' 했어요. 작가님한테 '빨리 대본 써달라'고 했죠. 연출도 제가 하겠다고 말씀드렸고요."
모처럼 수작이 나왔다. 첫 연출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쫄깃하고 밀도 높은 범죄 스릴러를 완성했다.
담담한데 거침없다. 한 편의 잘 짜여진 다큐멘터리 같다가도 서스펜스가 극대화된 장면에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억지 감동이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김 감독은 "눈물을 짜내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다. 실화를 가장 충실하게 다루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주조연의 연기 앙상블 또한 관전 포인트다. 하정우, 여진구 외에도 승객으로 분한 배우들 모두 제 몫을 해줬다.
김 감독이 이들을 단순하게 소비하지 않고, 재난을 함께 극복하는 주체로 그린 부분 역시 박수를 치고 싶다. 감히 단언컨대, 올 여름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다.
'하이재킹'이 13일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었다. 김성한 감독과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하이재킹'은 항공기 납치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김성한 감독이 처음 연출에 도전했다. '1987'로 인연을 맺은 김경찬 작가와 의기투합했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살을 붙였다. 지난 1971년 KAL858기 폭파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김 감독은 "범죄 스릴러로 포장돼 있지만 실화를 벗어날 수는 없다. 결과는 알지만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했다.
실화가 가진 진정성을 담고자 했다. 김 감독은 "요즘 관객들이 신파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입을 뗐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신파를 좋아하지만 우리 영화는 담백하게 봐주시길 바랐다. 엔딩 후 먹먹함이 있었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하정우도 "실화가 주는 무게감과 힘이 있었다. 촬영 전에 기본에 충실해 연기 표현을 하자고 이야기했다. 최대한 사실 그대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첨언했다.
일각에서는 한 명의 납치범을 다수가 제압하지 못하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일대 다수인 만큼 힘을 모으면 하이재킹 상황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김 감독은 "나도 궁금했다. 실제 사건 생존자들을 만나 뵙지는 못했는데 '그 당시에 (무서워서)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성동일이 설명을 곁들였다. "좁은 비행기 안에 있으면 숨을 못 쉰다. 공포감이 크다"면서 "3개의 위험 요소가 있다. 비행기 추락, 폭발, 아니면 총에 맞을 수 있다. 나 하나로 인해 모두 죽을 수 있으니 (범인 제압이) 쉽게 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한정된 공간에서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조종사와 승무원, 승객 모두 운명의 공동체가 되는 것.
이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을까. 성동일은 "좁은 세트장에서 많은 (장면의) 촬영을 해야 했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모니터에 의존하지 않고 배우 앞에서 큐 사인을 냈다. '내 눈을 봐주는 감독이구나' 연기할 때 편안했다.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추켜세웠다.
하정우와 여진구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하정우는 웃음기를 쏙 뺐다.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여객기 부기장 태인으로 분했다.
그는 "태인은 사명감이 있는 캐릭터"라며 "전투기 조종사로서, 여객기 부기장으로서 모두의 안전을 생각하는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그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여진구는 월북을 위해 비행기를 납치한 용대 역을 맡았다.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었다. 촬영 내내 '눈이 돌아 있는' 모습으로 전력 질주했다.
선배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됐다. 하정우는 "매 회차, 매 연기를 전력 질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미지 않은, 눈 돌아간 여진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조연들도 열연을 펼쳤다. 성동일은 베테랑 기장 규식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위기 상황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인물을 묵직하게 그렸다.
채수빈이 승무원 옥순 역할이다. 납치범과 가까이에서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캐릭터다. 위기의 순간, 강단 있는 면모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승객 배우들과의 합이 인상적이다. 모두가 함께 이룬 연기 앙상블, 각각의 에피소드가 더해져 영화 전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김 감독은 "승객 배우 전원이 오디션으로 캐스팅 됐다. 상황을 미리 아는 것보다 연기하면서 공통적으로 반응해줬으면 했는데 모든 분들이 엄청 노력해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 "신인 감독으로서 엄청난 복을 받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선배들을 포함해 모두가 현장에서 의기투합해 도와주셨다"고 재차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하정우가 당부의 말을 남겼다. "매번 작품 개봉을 앞두고 기대하고 잘 되길 바란다. '하이재킹'도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저 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 스태프들이 기본에 충실하면서 임했습니다. 유난히 리허설을 많이 한 작업인데요. 디테일 하나 하나 혼신의 힘을 쏟았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한편 '하이재킹'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러닝 타임 100분.
<사진=정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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