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 칼럼] 대통령이 해야 할 사회적 대화
스웨덴의 타게 에를란데르 전 총리는 현대 정치인 중 스웨덴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45세에 총리로 선출되어 무려 23년간이나 재임하며 스웨덴을 자유롭고 풍요로우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실현하는 국가로 만들었다.
에를란데르 총리는 '모든 사람이 골고루 잘 사는 사회, 반목과 질시가 없는 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통치 철학을 정립했다. 그의 업적 중에서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 차별화되며 후대에 기억되는 가장 뛰어난 공훈은 사회 지도자들과의 정례적인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었다. 에를란데르는 매주 목요일 저녁 노조지도자, 경제계 인사, 정치인 등을 초청해 함께 식사하며 주요 현안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했다.
'목요클럽'이라고 불리웠던 정례적인 대화 모임은 대립·반목하지 말고 상생하는 정치를 구현해 보자는 국가 지도자의 의지와 집념의 산물이었다. 정치적 대립, 노사 갈등, 주요 정책현안 같은 문제를 같이 식사하며 대화로 풀어 가자는 의미였다. 당시 스웨덴 사회 지도층 인사 중에 이 대화의 장에 초청받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폭넓게 운용되었다.
1946년 에를란데르가 총리직에 오를 때에는 좌파 성향의 급진적인 정치인으로 알려져 다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고 각계 각층과의 대화를 통해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모색하면서 그의 성향이 많이 달라졌다. 에를란데르는 매주 서로 다른 의견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 지도자들과 만나 국가 현안에 대하여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상생의 정치를 구현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목요클럽'이 열리는 총리의 별장은 수도 스톡홀름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하르프순드'라는 유서깊은 장소였는데, 스웨덴의 유력인사가 총리의 휴양과 국가적 회합의 장소로 쓰라며 기증했다고 한다. 20여 년이 넘게 목요 회합을 개최하며 하르프순드는 상생의 민주주의 장으로 명성을 얻었고 유명세를 타서 외국 국빈 등의 숙소나 회합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에를란데르 본인이 워낙 검소하며 특권을 누리지 않는 생활을 하여 1968년 총리에서 퇴임하자 거처할 집 조차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민을 놀라게 했고 결국 사람들이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해 주었다는 일화도 있다.
우리 역사의 가장 뼈아픈 부분의 하나인 조선의 당쟁 폐해는 당파로 갈려서 싸웠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나라에나 당파가 있고 당파간의 정책, 이념 논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선에서는 당파 싸움의 방법과 자세에서 문제가 있었다. 당파의 상대방을 정치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만나거나 대화하는 것도 꺼려 하며 타도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자세가 문제였던 것이다.
자기 당파는 군자, 상대 당파는 소인으로 규정하고 자기 당파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옳고 상대 당파가 하는 일은 무조건 그르다고 주장하며 불구대천의 원수같이 여겼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의 당쟁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하며 비난하면서도 정작 거기에서 생생한 교훈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에를란데르 총리의 '목요클럽' 대화는 유명한 성공 모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 시점에서 이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사회 지도층 간의 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정파,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만나 식사하고 대화하는 것은 진정한 대화가 아닐 것이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소통이 없고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사회 각계각층과의 대화를 통한 '상생의 정치'는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고, 또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매주 정례적으로 사회 각계 인사들이 만나 식사하며 대화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기뻐하며 국가를 위한 적절한 해결방안이 나올 것으로 안심할 것이다. 정책의 근본을 바꾸라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 입장에서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압도적 다수의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더라도 대통령은 더욱 국민을 대상으로 현안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계의 지도자,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설득하고 국민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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