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주주들 지지 업은 머스크…77조원 보상 받는다

테슬라 주총서 보상안 재승인
"머스크 없이는 테슬라도 없다"
기관과 달리 개인 주주들은 찬성
법원 '무효화 판결'도 뒤집힐 듯
테슬라 법인 텍사스 이전도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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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주들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최대 560억달러(약 77조원)에 달하는 주식 보상 급여 패키지를 부여하는 계약을 재승인했다. 법원이 올해 초 소액주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무효화한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이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머스크는 거액의 성과급을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는 프로젝트의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업 역사상 최대 성과급

머스크는 13일(현지시간) 테슬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날 밤 12시까지 실시된 주주 투표가 마감될 무렵 X(옛 트위터)를 통해 “주주들이 표결에서 큰 차이로 두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두 안건은 머스크의 주식 성과급 재승인과 테슬라 법인 소재지 이전 안건이다. 이변이 없다면 주주총회에서 두 안건이 통과될 전망이다.

재승인된 보상안은 2018년 테슬라가 머스크에게 향후 10년간 대규모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한 계약이다. 당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모두 통과했다. 테슬라가 12개의 재무·전략적 성과 이정표를 세울 때마다 스톡옵션을 주기로 했고, 머스크는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이 기간 테슬라 주가도 급등하면서 세계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성과급 계약이 됐다.

그러나 한 소액주주가 머스크와의 스톡옵션 계약 체결 과정이 불공정했으며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델라웨어 법원은 지난 1월 이 주장을 받아들여 스톡옵션을 무효화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머스크와 협상한 보상위원회가 그의 전 이혼 변호사, 20년 지기 친구 등으로 구성된 점으로 미뤄 일반 주주에게 불리하게 계약이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주총에서 스톡옵션 지급안이 다시 통과되면서 법원의 1심 무효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원이 절차상 하자 요인으로 지목한 부분을 개선해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빅 팬’인 개인 주주들이 대규모 보상안에 찬성표를 많이 던졌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노르웨이국부펀드(NBIM)와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 공공성이 강한 대형 기관들은 거액 급여 패키지에 반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머스크의 마약 파티 의혹에 이어 인턴 직원과 성관계 후 승진시킨 사례 등 성추문을 보도했지만 주주들의 믿음은 깨지지 않았다. 테슬라 주식의 약 40%는 개인 등 비(非)기관투자가가 보유하고 있고, 많은 투자자가 머스크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억만장자 펀드매니저 론 바론은 공개 서한에서 “머스크 없이는 테슬라도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 반등하나

올 들어 판매 부진 등으로 30% 가까이 하락한 테슬라 주가 회복 계기가 마련될지도 주목된다. 앞서 머스크는 “25%의 지분 없이는 테슬라를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 분야 리더로 성장시키는 데 지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대주주인 머스크의 지분율은 현재 약 12.9%에 불과하지만, 이번 주주총회 이후 지분율을 최대 25%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머스크가 내년 출시할 예정인 저가형 차량과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사업, 로보택시 등 새로운 비즈니스로 주가를 반전시킬지 주목된다.

다만 머스크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스페이스X 직원 8명은 이날 자신들이 머스크의 성추문과 음담패설을 비판하다가 해고됐다고 주장하며 “머스크가 사내에 성차별 문화를 조장했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한편 이날 투표에서 테슬라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이전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델라웨어주는 기업 친화적인 법률과 세금 정책 등으로 기업들이 법인 소재지로 선호하는 지역이다. 머스크는 지난 1월 델라웨어 법원에서 패소한 뒤 “절대 델라웨어에 회사를 세우지 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