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遼東之豕 <요동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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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 료(요), 동녘 동, 어조사 지, 돼지 시.
'요동 땅의 돼지'라는 뜻이다.
지금의 요녕성인 요동 땅의 한 집에 어느 날 머리가 하얀 돼지가 태어났다.
좁은 세상에 혼자 파묻혀 있으면, 요동 땅의 돼지 신세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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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 료(요), 동녘 동, 어조사 지, 돼지 시. '요동 땅의 돼지'라는 뜻이다. 지금의 요녕성인 요동 땅의 한 집에 어느 날 머리가 하얀 돼지가 태어났다. 진기한 동물이라고 여긴 주인이 이를 헌상하고자 지금의 산서성인 하동(河東)까지 가보니, 그곳 돼지들은 모두 흰 머리였다. 그래서 결국 부끄러움을 느끼고 귀향했다는 얘기다. '후한서'(後漢書) 주부전(朱浮傳)에 실린 고사다.
이 말은 세상물정 모르고 자기 혼자만 옳다고 믿는 독선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좁은 세상에 혼자 파묻혀 있으면, 요동 땅의 돼지 신세가 되고 만다. 비슷한 표현이 '촉견폐일'(蜀犬吠日)이다. 촉나라 개가 해를 보고 짖는다는 뜻이다. 촉은 지금의 사천성이다. 중국 서부 내륙에 자리잡은 촉 땅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안개와 구름이 많고, 해를 보는 날이 드물었다. 이로 인해 촉 땅의 개들은 해를 보면 이상해서 짖었다고 한다. '촉견폐일'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당나라 시대 문인 유종원의 '사도에 대해 논하여 위중립에게 답하는 편지'(답위중립논사도서·答韋中立論師道書)에서 유래했다.
유종원은 이 글에서 위중립이 자신의 스승이 돼달라는 요청에 대해 역시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한유의 사례를 들면서 스승이 되는 어려움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문장(文章)이란 성인의 도를 밝히는 것이라며 서경 시경 예기 춘추 등을 두루 참작하고 통찰해 글을 지으면 촉땅 개들의 괴상한 짖음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다. 식견이 낮은 사람이 탁월한 인물을 보고 초조감을 느끼거나 화를 내며 되려 비난하는 비유로 쓰인다. '장자'(莊子)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우물안 개구리가 바다 넓은 줄 모른다'(정중와부지대해·井中蛙不知大海)와 비슷하다.
인터넷과 유튜브로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오히려 좁은 세상의 독선에 사로 잡혀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디지털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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