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의협 회장 저격한 法 판결, 의협 감정서가 근거

백주아 2024. 6. 1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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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현직 재판장을 공개 저격하며 비판했던 판결이 의협 산하 의료감정원이 작성한 감정서를 근거로 한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의협 회장이 해당 판결에 대해 "제정신이냐"고 막말을 쏟아냈지만 정작 의협 의료감정원이 낸 감정서가 유죄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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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SNS에 재판장 공개 저격 막말
의료감정원 감정서가 유죄 판결에 결정적 영향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현직 재판장을 공개 저격하며 비판했던 판결이 의협 산하 의료감정원이 작성한 감정서를 근거로 한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의협 회장이 해당 판결에 대해 “제정신이냐”고 막말을 쏟아냈지만 정작 의협 의료감정원이 낸 감정서가 유죄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지난달 12일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한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3일 의료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3-2부는 지난달 30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60대 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80대 환자 B씨에게 맥페란 주사액(2㎖)을 투여해 부작용으로 전신 쇠약과 발음장애, 파킨슨병 악화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가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의 병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약물을 투여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멕페란 투여 행위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E와 F 등 2곳이 낸 감정서를 근거로 들었는데, E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고 F는 의협 의료감정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문은 의협 의료감정원의 감정서와 관련해서 “F의 감정회신서에 의하면 ‘멕페란의 성분인 메토클로프라미드는 뇌내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해 파킨슨 증상, 즉 느린 동작, 경직, 떨림, 균형장애로 인한 넘어짐을 악화시킬 수 있고, 멕페란 주사 이후 이러한 파킨슨 증상의 악화가 있을 경우 이를 멕페란 주사로 발생한 상해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즉 의료감정원의 감정서를 토대로 멕페란 투여와 파킨슨 증상의 악화가 관련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판결문은 E의 감정서와 관련해서는 “‘멕페란 투약 후 당일 의식저하 또는 상실, 발음장애 등은 멕페란 주사액의 투약으로 인한 약물 이상 반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의료감정원의 감정서가 판결의 근거인데도 해당 판결은 의정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반발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환자 치료한 의사한테 결과가 나쁘다고 금고 10개월에 집유(집행유예) 2년이요? 창원지법 판사 OO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적었다.

임 회장은 이어 해당 판사의 사진을 올리고 “이 여자(판사)와 가족이 병의원에 올 때 병 종류에 무관하게 의사 양심이 아니라 반드시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규정’에 맞게 치료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도 썼다.

이에 창원지법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으로 “사법부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임 회장의 사법부 저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임 회장은 지난달 16일 의대교수 등 18명이 의대 증원 결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낸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법원이 의대생들이 낸 신청을 기각한 것을 두고 “(재판을 담당한) 판사가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 그런 통로가 막혀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고법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이라고 지적하면서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백주아 (juaba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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