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올해 금리 인하 1번 예상했지만…시장은 2번에 베팅[오미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2일(현지시간) 올해 금리 인하가 한 번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을 공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날 발표된 지난 5월 소비자 물가지수(CPI) 둔화세에 환호하며 올해 2번의 금리 인하에 무게중심을 두고 증시를 끌어올렸다.
이날 발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도 인플레이션 하락세에 진전이 있다는 문구가 새로 포함돼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고조시켰다.
성명서는 지난 5월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최근 수개월간 인플레이션이 위원회의 목표치 2%를 향해 내려가는 데 있어서 완만하게 추가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에서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했다"는 지난 5월 성명서에서 표현이 바뀐 것이다.
지난 5월 CPI는 전월과 변함이 없어 전월비 0.1% 올랐을 것이라던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를 밑돌았다. 지난 5월 CPI의 전년 동월비 상승률도 3.3%로 예상치 3.4%를 하회하며 지난 4월의 3.4%에 비해 개선됐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지난 5월에 전월비 0.2% 올라 예상치 0.3%보다 상승률이 낮았다. 지난 5월 근원 CPI의 전년 동월비 상승률도 3.4%로 예상치 3.5%를 밑돌며 지난 4월의 3.6%에 비해 내려갔다.
이에 따라 이날 S&P500지수는 0.9%, 나스닥지수는 1.5% 상승했다. 다만 다우존스지수는 0.1% 약보합 마감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294%로 내려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에서 상당히 좋은 진전이 있었다"며 지난 5월 CPI가 "올바른 방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하나의 데이터에 너무 고무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연준 위원 19명의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이 5.0~5.25%로 올해 1번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3월 점도표 때 3번의 금리 인하 전망에서 줄어든 것이다.
올해 2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들은 8명으로 1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 7명보다 많았다.
하지만 4명의 위원이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금리 전망치 중앙값이 한 번의 금리 인하로 결정됐다.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 위원의 수는 지난 3월 2명에서 더 늘어난 것이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주 말 금리 전망치를 제출했으나 이날 오후 2시까지 수정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지난 5월 CPI에도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하 전망은 올해 1번으로 결론났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연준 위원들이 단 한 번의 CPI 데이터에 따라 기존 전망을 변경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로렌스 메이어는 WSJ에 "연준이 아직 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올해 금리가 2번 인하된다면 오는 9월에 첫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7월 FOMC 때까지는 인플레이션 지표를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지만 9월 FOMC 때까지는 3번 더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금리가 한 번만 인하된다면 11월이나 12월에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오는 9월에 처음으로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은 58%대로 높아졌다. 지난 5월 CPI 발표 전만 해도 9월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은 40%대였다. 반면 9월까지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은 36%대로 낮아졌다.
또 올해 금리가 2번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42.4%로 올해 금리가 1번 인하될 것이란 전망 32.7%보다 높아졌다. 올해 금리가 3번 인하될 것이란 전망도 16.4%로 집계됐다.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란 전망은 7.4%로 축소됐다.
연준 위원들은 내년에는 금리가 4번, 총 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 점도표에 나타난 3번에 비해 1번 더 늘어난 것이다. 종합적으로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은 3번에서 1번으로 줄고 내년 금리 인하 전망은 3번에서 4번으로 늘어난 것이다.
점도표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연준 위원들의 장기 금리 전망치가 지난 3월 2.6%에서 이번에는 2.8%로 올라갔다는 점이다.
장기 금리는 경기 성장세를 부양하지도 않고 억제하지도 않는 중립 금리를 의미한다. 중립 금리가 올라갔다는 것은 연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4월 PCE 물가상승률은 2.7%, 근원 PCE 물가상승률은 2.8%였는데 여기에서 거의 진전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026년이 돼야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다만 이는 지난 3월 전망과 동일한 것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1%, 실업률 전망치는 4%로 지난 3월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전직 연준 직원으로 리서치회사인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의 설립자인 줄리아 코로나도는 마켓워치에 파월 의장이 "절제하면서 모호한" 태도를 취했고 "낙관적이면서 동시에 조심스러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새로 알 수 있었던 내용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그의 의도였다"며 그간 자신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반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나마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주목할 것은 2가지였다. 첫째는 "노동시장이 예상치 못한 약세를 보이거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진다면 우리는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그 동안은 노동시장이 급격히 약화될 때만 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까지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둘째는 올해 금리를 한 번 내리거나 두 번 내리거나 둘 다 "가능성 있는" 전망이라고 밝힌 점이다.
이에 대해 에버코어 ISI의 부회장인 크리슈나 구하는 마켓워치에 파월 의장이 점도표에 나타난 올해 1번의 금리 인하 전망을 1.5번으로 미세 조정한 것이라며 "데이터를 통해 금리를 1번 내릴지, 2번 내릴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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