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개인 차입조건 통일···50억 이상 부당이득땐 최대 무기징역 [공매도 내년 4월 재개]

조지원 기자 2024. 6. 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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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기간 제한 없던 기관도 규제
3회만 연장 가능···1년내 갚아야
개인 담보비율도 105%로 같아져
벌금 부당이득의 4~6배로 올리고
가중처벌 가능···불법 공매도 '철퇴'
MSCI 선진국 편입 지연은 불가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가 올해 최대 중점 사업인 밸류업과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공매도 금지 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한 것은 예상됐던 조치였다. 지난달 공매도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이 무차입 공매도를 해소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 구축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종목만 따로 공매도를 재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는 전산 시스템 특성상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고 13일 민·당·정 협의를 통해 재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전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대규모 불법 공매도 발생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무차입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 조기 가동을 위한 개발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개발 기간을 1년에서 10개월로 줄였으나 보안성 검토, 인프라 구축 및 시스템 검토, 테스트 및 이행 준비 등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이보다 더 단축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NSDS뿐만 아니라 공매도 내부통제 기준, 기관 내 잔액 관리 시스템, 증권사 확인 의무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연내 마련하는 데도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일회성 공매도를 하는 기관조차 내부통제 기준을 갖추도록 하고 주문을 수탁받는 증권사가 연 1회 이상 전산 시스템과 내부통제 기준 등을 확인하도록 한 것도 이참에 무차입 공매도를 확실히 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조치다.

정부는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이 끊임없이 제기했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도 이번 기회에 정리하고 넘어가겠다고 확인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내리면 이익을 내지만 오르면 손실이 발생한다.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방법은 장외에서 별도 계약으로 주식을 주고받는 대차거래와 증권사를 통해 빌리는 대주 거래로 나뉜다. 기관·법인은 대차, 개인은 주로 대주를 통해 차입 공매도를 한다.

그동안 기관 대차는 상환 기간에 제약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담보 비율도 105%를 적용했다. 반면 개인 대주는 상환 기간이 90일로 제한되고 담보비율도 120%로 기관 대차보다 높기 때문에 차입 조건이 동일하지 않아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당국은 기관 대차도 개인 대주와 마찬가지로 상환 기간을 90일로 통일하고 최대 12개월까지만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확정했다. 개인 대주의 담보 비율도 현금 105%로 기관 대차 수준으로 낮췄다. 특히 대주는 ‘코스피 200 주식’ 담보 비율을 120%로 유지해 대차(135%)보다 거래 조건을 유리하게 했다.

다만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손실 가능성도 우려된다. 일반 투자는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투자 금액 범위 안에서 손실이 발생하지만 공매도 투자는 주가가 오르면 손실 범위가 무한대로 확대된다. 주가가 오르면서 담보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주식을 사서 강제 청산하는 반대매매가 진행되는 만큼 해당 비율이 낮아질수록 투자자 보호도 어렵다.

이날 불법 공매도 제재 강도를 높인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정부는 부당이득액의 3~5배 수준이었던 벌금을 4~6배로 확대했다. 부당이득액 5억 원 이상은 징역 가중처벌도 도입해 50억 원 이상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최장 10년 동안 주식 등 금융투자 상품 거래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임원 선임 제한 명령, 계좌 지급 정지 등 새로운 제재도 도입했다.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공시 이후 전환가액이 공시되기 전까지 공매도 투자자의 CB·BW 취득도 제한하기로 했다. CB·BW 투자자가 공매도를 통해 전환가액에 영향을 줘 차익을 얻는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공매도 금지 기간이 연장된 만큼 증시 밸류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나온다. 지난해 공매도 금지 이후 많은 외국계 헤지펀드 등이 국내 시장을 떠났을 뿐만 아니라 줄곧 공매도 재개를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뉴욕에서 해외투자가들을 만나 “밸류업을 하자는 정부와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하면 안 된다는 시장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내년 3월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연장하기로 하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편입은 물 건너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MSCI 선진국 편입 논의는 공매도가 재개되고 난 후에 시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불법 공매도 문제를 해결하면 추후 MSCI 선진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MSCI 선진국 편입보다는 공매도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투자가들과 충분히 소통해온 만큼 국내 증시 이탈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MSCI 선진국으로 편입되면 좋지만 그 자체가 정책 목표는 아니다”라며 “제도 개선으로 불법 공매도가 없어지고 공정하며 투명한 시장 질서가 확립되고 나면 편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투자가들도 전산 시스템 구축과 공매도 금지 연장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며 “불법 공매도를 원하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한국 증시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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