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노쇼는 불법" "주말까지 응답하라" 전면휴진 앞 의정 전운 고조

박지영 2024. 6.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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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8일 개원가 집단휴진 가능성에 대비책 마련
의협은 의사단체 연석회의 "우리가 대정부 단일창구"
환자단체 "언제까지 희생하나" 이틀째 옥외 기자회견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원들이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를 찾아 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이 오는 18일로 예고한 집단휴진 시점이 다가오면서 의정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휴진이 의료법이 금지한 진료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며 엄정대응 방침을 강조하는 한편 개원가 휴진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의협은 의정 대화의 유일한 창구는 의협이라고 주장하며 조만간 발표할 요구 사항에 정부가 주말까지 답을 달라고 압박했다. 환자단체들은 이틀째 거리로 나와 정부와 의료계가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사 노쇼는 안 된다" 정부 엄정대응 방침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의료법은 의사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환자의 진료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도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노쇼' 하면 안 되지 않겠나"라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비상진료체계를 굳건히 유지하고 불법 행위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공백 상황이 대학병원에서 개원가로 확산될 조짐에 따라 정부는 관련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전 실장은 "각 지자체는 의원들의 휴진율에 따라 공공의료기관 근무시간을 야간까지 연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비대면진료 활성화, 달빛어린이병원, 야간 운영 약국 이용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단휴진 피해신고지원센터의 신고 접수 대상 범위도 이날부터 의원급으로 확대됐다.


"의협만이 대표성 있는 법정단체" 대화 요구

의협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서울대·고려대·울산대 의대 비대위 등 의사단체 대표자들과 연석회의를 열고 집단휴진을 포함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의협은 이날 회의에서 참석 단체들이 의협으로 대정부 소통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각 교수단체는 의협을 중심으로 굳건하게 단일대오를 이루기로 했다"며 "정부는 앞으로 의협과 대화하며 사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정부의 입장 변화 없이는 전국적 휴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주말까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이탈 전공의 행정처분 완전 무효화 등 기존 요구 사항을 반복하면서 종합적인 대정부 요구안을 준비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의협은 정부가 의협이 아닌 다른 의사단체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가 11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고 16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회동하기로 한 것을 견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여러 의료계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와 비공식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14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17일 돌입을 예고한 무기한 휴진 관련 입장도 설명할 예정이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국회 보건위 회동과 관련해 "어떤 대화를 나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리 요구사항을 이야기하고 국회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는지 물어보려 한다"고 밝혔다.


환자들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분통

의료 공백의 조속한 해소를 요구하는 환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과 집단휴진을 선언한 교수들을 비판했다. 전날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소속 6개 단체가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환자들이 거리로 나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전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단체들은 "넉 달간의 의료공백을 버텨온 환자들이 연이은 집단·무기한 휴진 결의에 각자도생을 넘어 '각자도사(死)'로 내몰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각자의 주장만 고집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일방통행에 우려를 표하며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지만 누구도 듣지 않았다"며 "이 상황이 왜, 무엇을 위해 시작됐으며 환자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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