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의로운 전환 소송’ 각하…노동계 배제 위법성 다퉈보지도 못했다

옥기원 기자 2024. 6.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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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를 배제하고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한 정부 행위가 위법한지 묻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소송'에 대해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원고 쪽 소송 대리인단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우리 국회에서 비준돼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 파리협정은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 과정을 기본으로 한다"며 "단 두 차례 짧은 변론(올해 3월, 5월)으로 각하 결정이 내려져 탄소중립기본법 조항에도 명시된 위원회 구성 원칙의 위법성조차 다퉈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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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 ‘노조 참여 의무화’ 법 개정 예고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지난 3월30일 ‘석탄발전소의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하는 조형물을 들고 태안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노동계를 배제하고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한 정부 행위가 위법한지 묻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소송’에 대해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한 위원회 구성시 사회 각계 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된 ‘탄소중립기본법’ 조항의 위법성조차 다퉈보지 못한 ‘속전속결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전력연맹)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의로운 전환에 반하는 국가기본계획 의결 위법 확인 소송 선고기일에서 소송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내리는 법원의 결정이다. 법원은 전력연맹이 원고로 적격하지 않고, 위법 확인 소송의 이익이 없다고 봤다.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전력연맹 등 8개 회원조합은 지난해 7월11일 정부를 상대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노동계를 제외하고 정한 국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위법하다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은 국내에서 제기된 최초의 ‘정의로운 전환’ 관련 소송이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 노동자들의 부담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이다.

전력연맹은 이번 각하 결정에 대해 “재판부가 법에 명시된 각계 사회 계층 참여에 대한 의무 위반 사항조차도 판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는 2022년 10월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2기 위원회를 구성할 때, 1기 위원이던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을 비롯해 청년, 시민사회 대표 등을 배제하고 과학기술 및 산업, 기업 등에서 활동한 민간위원들을 임명해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부 쪽은 지난 3월 열린 1차 변론에서 “위원회가 의결한 국가 기본계획은 국가 거시적 정책 방향이기 때문에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남태섭 사무처장(왼쪽), 노유근 정책실장이 항소장을 들고 서울행정법원 앞에 섰다.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재판부의 소송 각하 판결로 사회 각계 각층 대표성이 반영되는 위원을 구성해야 한다는 법 조항 위반 사항을 비롯해 해당 위원회가 의결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위법한지에 대한 쟁점 또한 다뤄지지 못했다.

원고 쪽 소송 대리인단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우리 국회에서 비준돼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 파리협정은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 과정을 기본으로 한다”며 “단 두 차례 짧은 변론(올해 3월, 5월)으로 각하 결정이 내려져 탄소중립기본법 조항에도 명시된 위원회 구성 원칙의 위법성조차 다퉈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태섭 전력산업노조연맹 사무처장은 “이해당사자의 참여 없는 정부 주도의 정책은 향후 석탄 노동자들의 대규모 실업과 갈등 같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드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적으로 석탄 노동자들이 직접 정의로운 전환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례도 있다. 칠레의 토코필라 항만 노동조합은 2020년 말 칠레 에너지부가 공포한 에너지부령 제42호에 대해,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의견이 배제된 정부 주도의 일방적 노동자 재배치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소송을 냈다. 이에 2021년 3월 항소법원에서는 해당 법령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기각됐지만, 같은 해 8월 대법원은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당사자가 소외되면 기본권이 위협될 수 있다며 합당한 노동자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항소심 판결을 뒤집었다.

한편, 국회에선 법원이 외면한 사회 각계 구성원들의 위원 참여를 의무화하기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될 계획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소중립기본법 위원회 구성 법 조항의 빈틈을 악용해 정부가 임의로 대표자들을 선정해 탄소 중립 사회로 전환 피해가 일부 계층에 전가될 위험이 있다”며 “실질적인 대표성을 반영하도록 위원 구성의 각호에 노동조합이나 생산자 단체 조건을 넣는 방식으로 조항을 정비하겠다”며 법률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전력연맹은 선고 직후 항소장을 제출하고, 추가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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