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순위 조작해 PB 상단 노출"…쿠팡 "유례없는 상품진열 규제"

정영효/안재광 2024. 6.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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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억 역대 최대 과징금…쟁점 사항은 뭔가
(1) 쿠팡 랭킹 알고리즘 조작
"프로모션 상품 인위적 가중치
자사 제품 총매출 76% 늘려"
쿠팡 "좋은 상품 광고 유통 본질"
(2) 임직원 동원해 리뷰 조작
"5년간 2297명이 7만여개 후기
인지도 낮은 PB에 높은 별점 줘"
쿠팡 "모두 신분 밝혀 기망 아냐"
< 빨간불 켜진 쿠팡 >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검색 순위를 조작해 자체브랜드(PB) 상품 판매를 늘렸다는 이유 등으로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다. 서울 신천동에 있는 쿠팡 본사. /이솔 기자


쿠팡은 2020년 10월 23일~11월 6일 자체브랜드(PB) 생수인 ‘탐사수’ 2L짜리 12개 묶음 상품을 자사 온라인 쇼핑몰 최상단에 고정했다. 그 결과 100위권 밖이던 이 상품의 검색 순위가 1위로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2019년 2월부터 작년 7월까지 최소 6만4250개의 자기상품(PB상품과 직매입상품)을 이런 방식으로 검색 상위에 노출해 입점업체 21만 곳의 상품이 소비자 선택을 받는 것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13일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한 이유다. 이번 과징금은 2022년 네이버가 온라인 쇼핑 알고리즘을 조작해 받은 액수(267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다. 유통업체 과징금으로 역대 최고액이다.

 ○PB상품 57%에 ‘셀프 리뷰’


공정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두 가지다. 먼저 알고리즘 조작으로 자기상품을 우선 노출해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검색 순위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특정 상품에만 순위 점수를 높게 주거나 실제 검색 결과를 무시하고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공정위는 알고리즘 조작으로 쿠팡 프로모션 대상 상품의 총매출과 고객당 노출 수가 각각 76%, 43% 늘었다고 밝혔다. 검색 순위 100위권에 든 PB상품 비율도 56%에서 88%로 높아졌다.

그만큼 쿠팡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입점업체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쿠팡의 전체 거래액에서 입점업체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0.5%에서 2022년 29.9%로 줄었다. 그사이 쿠팡의 자기상품 거래액 비중은 59.5%에서 70.2%로 증가했다.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갔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소비자 한 명당 쿠팡 소비액이 0.6% 감소했을 것으로 봤다. 입점업체 상품 가격은 1.3%, 쿠팡 전체 상품의 평균 가격은 0.8% 내렸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공정위는 “입점업체들은 가격을 내려도 상위권에 노출되지 않아서, 쿠팡은 이미 자기상품이 상위권에 노출돼 있어서 가격을 인하할 유인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문제가 된 대목은 임직원을 동원한 셀프 리뷰 작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 임직원 2297명이 최소 7342개 PB상품에 7만2614개 후기를 쓰고 평균 4.8점의 별점을 줬다. 2019년 2월~2023년 7월 출시된 PB상품의 57.5%에 셀프 리뷰가 작성됐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PB상품 자체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자기상품을 인위적으로 우대한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유통업 본질 흐리는 규제” 반발

쿠팡은 공정위가 문제로 짚은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알고리즘을 조작해 화면 상단에 PB상품과 직매입상품을 우선 보여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쿠팡 관계자는 “유통업의 본질은 매력적인 상품을 잘 보이게 해 사람들의 소비를 끌어내는 것”이라며 “상품 추천 기준을 정부가 정하고 기업에 따르라고 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라고 강조했다.

PB상품과 직매입상품 우대로 입점업체를 차별했다는 점도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쿠팡 관계자는 “모든 상품을 쿠팡이 구매해 팔 수 없기 때문에 입점업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상호보완적 관계”라며 “입점업체의 상품이 더 많아지고 잘 팔려야 쿠팡에도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년간 PB상품 판매만으로 1조2000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고, 탐사수 한 품목에서만 매년 600억원의 손실이 난다”며 “PB상품 판매로 폭리를 취한다는 논리도 전혀 맞지 않다”고 했다. 직원이 다는 상품 후기와 관련해서는 “직원 후기는 전체의 0.1%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모두 신분을 밝힌 만큼 소비자 기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공정위 처분의 부당함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공정위 처분이 법률적으로 성립하려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가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방해해야 한다”며 “쿠팡의 행위가 이 정도라고 하기엔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영효/안재광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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