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휴진시 4만여명 진료 밀린다…환자 시름은 깊어져

강민성 2024. 6. 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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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서울시내 주요 병원인 '빅5' 소속 교수들이 오는 18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전면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환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주요 상급종합병원이 외래와 수술을 대폭 줄였다고는 하지만, 당장 18일 하루 전면 휴진할 경우 빅5 병원에서만 4만명이 넘는 외래진료가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에 근무하는 의대 교수들 대부분이 의협 휴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면서 당일 외래진료가 마비될 가능성이 커졌다. 빅5 교수뿐만 아니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역시 오는 18일 의협의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국 곳곳에서 휴진 결의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휴진이 현실화할 경우 수만 명의 환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외래진료가 줄어들긴 했으나, 빅5 병원은 하루 외래진료 환자가 최대 1만명 안팎에 이른다. 각 병원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일평균 외래 환자는 서울대병원 약 8000명, 세브란스병원 약 9000명, 서울아산병원 약 1만2000명, 서울성모병원 약 7000명, 삼성서울병원 약 7000명 등이다.

전공의 집단사직 전에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하루 외래진료 환자 수는 각각 1만여명, 서울아산병원은 1만4000여명에 이르기도 했으나, 사직 사태 후 일제히 감소했다. 전공의 업무공백으로 인한 진료 축소를 감안하더라도 오는 18일 병원 다섯 곳이 일제히 휴진하면 단순 계산 시 외래 환자 약 4만3000명의 진료가 밀리는 셈이다.

수술도 마찬가지다.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공의 집단사직 전에 일평균 수술이 각각 200건이 넘었고, 의정 사태로 수술 건수를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당장 18일에 휴진할 경우 줄어든 수술마저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교수들이 대규모로 병원을 이탈할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외래 진료와 수술 일정을 조정할 시간이 촉박한 데다, 교수들 역시 휴진하더라도 응급·중증·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하겠다고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응급실, 중환자실은 물론 분만이나 투석 같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의 진료는 유지하고 응급 수술도 그대로 시행하는 만큼, 환자가 체감할 만한 혼란은 없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애초 교수들의 외래 진료가 매일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당장 예약을 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안다"면서도 "실질적인 휴진 여부는 당일이 돼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휴진 결의가 들불처럼 번지자 정부는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법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을 근거로 이미 예약된 환자에게 환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치료계획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 예약을 취소하는 것은 의료법이 금지하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예고했지만, 환자들은 당장 치료받지못할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을 향해 휴진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환자단체들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장기간 의료공백으로 환자들은 큰 불안과 피해를 겪었다"며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했던 환자들에게 의료진의 연이은 집단 휴진·무기한 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정부 모두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그동안 각자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일방통행에 우려를 표하며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누구도 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며 "이 상황이 애초에 왜, 무엇을 위해 시작됐으며 환자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의대 교수들은 환자 곁을 완전히 떠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만서비스(SNS)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귀하'라는 글을 올려 "서울대학교의 주 환자군인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 저희의 처사가 얼마나 무도하게 느껴지셨을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적었다.

강 위원장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린다. 경증 환자들은 휴진 기간 서울대병원 진료가 불가능하겠지만, 서울대병원의 진료가 지금 반드시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 서울대병원은 언제나 열려 있을 것"이라며 "휴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 외에 저희에게 남아있는 방법이 없었음을 부디 헤아려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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