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박한 푸틴 방북, 안보리 결의 위반 없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며칠 안”에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한국 정부가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에 동행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이례적으로 이 사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 한·중 외교안보 전략대화도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당사국인 북·러가 공식 발표하지 않았는데, 한국이 선제 공개한 의도는 분명치 않다. 오물 풍선 사태로 남북한 군사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해외순방을 떠난 윤 대통령 순방단에 쏠린 시선을 의식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푸틴 대통령 방북은 베트남 방문에 앞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정상의 방북은 2000년 이후 24년 만이고, 그때도 푸틴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극동 지역 방문 때 만난 뒤 9개월 만에 재회하게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가 심화된 가운데 양국 결속이 더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을 부결시킴으로써 북한과의 ‘반제재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북·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사·과학기술·경제 등 여러 분야 협력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 방러 때 정찰위성 발사 기술에 관심을 보였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필요한 북한 재래식 무기 생산 능력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회담 때보다 더 나아간 협력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양국의 군사협력 논의 내용은 이번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은,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 결의에 위반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향상 등과 관련된 협력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푸틴 대통령 중국 방문 후 한 달 만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북·중·러 3국의 연대 강화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지나치게 밀착하지 않도록 한·러관계 공간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내주 비슷한 시기에 예정된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통해 중국과도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북·러관계의 전격적인 밀착 행보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반작용 측면이 있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사려 깊은 대응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한·미·일 군사협력 강도를 유연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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