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PB상품 검색 조작"… 쿠팡 "상품진열은 유통업 본질"
공정위 "PB상품 검색순위
100위권 밖서 10위 안으로
입점업체 매출 비중 급감"
쿠팡 "소비자에 새 모델 소개
PB상품은 팔수록 손해 늘어
공정위가 고객 피해 못밝혀"
◆ 공정위 쿠팡 제재 ◆
자체브랜드(PB) 상품과 직매입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속임수를 썼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놓고 쿠팡이 건건이 반박에 나서자, 공정위가 다시 반박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유통업 전반의 PB 상품 규제로 번질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PB에 대한 규제가 전혀 아니다"며 "어떤 유통업체든 추천 배너, 광고 등 정상적인 수단을 통해 판촉 행위를 할 수 있고 판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은 검색 알고리즘 조작 여부다. 세 가지의 조작 방식을 통해 입점 업체의 상품을 배제하고, 6만개가 넘는 쿠팡 측 자기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탐사' '곰곰' '코멧'을 비롯한 쿠팡 PB 상품들은 검색 순위가 100위권 밖에서 1위나 10위권대로 급상승했다. 공정위가 추적한 PB 상품 5개('탐사수' 포함)는 상위 고정 노출 기간 동안 328억~63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쿠팡 측은 이커머스가 소비자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특정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는 건 유통업의 관행이자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아이폰처럼 소비자가 관심을 많이 갖는 제품의 새 모델이 출시됐을 때, 아직 판매량이 잡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단에 소개하지 않는 이커머스는 전 세계에 전무하다"며 "소비자의 필요와 관심을 고려해 시의적절한 상품을 추천하는 것을 어떻게 알고리즘 조작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임직원 구매 후기' 작성도 쟁점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임직원을 '쿠팡 체험단'에 속하게 해 PB 상품에 긍정적인 후기를 달도록 관리했다고 본다. 상품 출시 직후 하루 이내에 후기를 달도록 해 상품 기본 검색 순위가 높아지도록 꾸미고, 검색 순위에 악영향을 주는 부정적 후기를 막았다는 것이다. 2000명이 넘는 임직원이 PB 상품에 부여한 평균 별점은 4.8점에 달한다.
반면 쿠팡 측은 "임직원 체험단은 공정위 심사 지침에서도 명백히 허용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또 모든 체험단 리뷰에는 그것이 체험단 후기임을 알리는 공지가 자동으로 적용돼 고객을 속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조사가 시작된 2021년 7월 이전엔 임직원 후기임을 알리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쿠팡의 행위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는지도 쟁점이다. 공정위가 확보한 쿠팡 내부 자료에 따르면 알고리즘 조작을 중단하면 쿠팡 내에서 판매하는 자사 상품과 입점 업체 상품 모두 평균 판매 가격이 0.8~1.3%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검색 순위 조작으로 상품들의 평균 판매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한승 쿠팡 대표는 "기존 대기업들의 독과점 상품만 노출되고 중소기업 제품은 노출의 기회가 봉쇄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도움 되는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추천해 주는 행위에 대한 직접적 규제"라고 했다.
공정위는 적용 혐의의 특성상 실제 입점 업체의 피해 규명은 필수적이지 않다면서도 "검색 순위 상단에 자사 상품을 노출해 입점 업체에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알고리즘과 후기 조작이 이뤄진 후 쿠팡 측 PB·직매입 상품의 거래액 비중은 2019년 59.5%에서 2022년 70.1%로 뛴 반면, 입점 업체의 매출은 40.5%에서 29.9%로 주저앉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공정위는 쿠팡 내 입점 업체 매출이 성장한 사실을 부인하지 못했고, 경쟁 업체가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이런 행위들을 통해 매출액을 늘려 부당한 이익을 봤다고 본다. 일례로 검색 순위 상단에 고정 노출된 자사 상품의 총매출액이 76.1%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자기 상품만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과는 다르다"고 반박한다. 또 오프라인 매장 진열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검색 순위가 높을수록 상품이 우수하다고 인식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정위는 임직원 후기 조작에 대해선 쿠팡 고위직이 모인 운영위원회 CLT(쿠팡 리더십 팀)의 결정이 작용했다고 봤다. 그러나 김범석 쿠팡 의장을 비롯한 개인에 대해선 혐의 적용을 위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검찰 고발 목록에선 뺐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공정위의 이번 제재가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미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경쟁당국에서도 아마존을 검색 순위 조작으로 제재한 전례가 있다며 곧바로 반박했다.
[류영욱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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