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강도 가장 높은 한국 …"외국계기업 임원들에 기피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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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13일 재계 고위 인사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인의 의사결정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외국계 자본의 유입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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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
배임죄 부담 한층 키울 우려
코리아 디스카운트 부채질도
암참 "소송리스크 줄여줘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정부가 강조하는 밸류업 정책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이라면 그에 앞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상법 개정 움직임은 기민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위축시켜 밸류업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재계 고위 인사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인의 의사결정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외국계 자본의 유입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사모펀드의 아시아 전략에서 탈중국 자금이 일본으로 향하는 반면 한국으로는 유입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외국 기업이 한국 진출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배임죄 등 형사처벌의 두려움이다. 상법이 개정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가 도입되면 기업 이사진은 배임 등 소송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세계에서 배임죄 강도가 가장 높다.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에 회사법상 특별배임 규정뿐만 아니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특경법) 배임죄 규정까지 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특경법은 업무상 배임죄에 가중 규정되는 역할을 하며, 50억원 이상 범죄에 대해서는 살인죄(5년 이상 징역)와 형량이 동일하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업 경영진은 여러 영역에서 형사 책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암참은 "한국 특유의 형사 책임 리스크에 대한 노출은 한국 임원들의 전과율이 현저히 높게 나타나는 데 일조한다"며 "최고경영자(CEO)의 형사 책임 리스크를 완화하고 CEO가 고의로 범죄행위에 가담한 경우에 한해 신중하게 책임을 부과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배임 등 형사처벌 때문에 한국 부임을 꺼리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한국은 주요 5개국(G5,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과 비교해 형법상 배임에 더해 업무상 배임과 특경법상 배임죄가 별도로 있는 유일한 국가"라면서 "특경법상 배임죄 형량이 G5에 비해 과중하며 배임죄 구성 요건이 모호해 기업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배임죄에 대비할 수 있는 '경영 판단의 원칙' 적용이 인색하다. 한국 법원은 경영 판단 원칙 인용에 소극적이고 입증 책임도 이사가 부담해야 하지만 미국 법원은 '경영 판단 추정 원칙'을 통해 기업인의 경영 판단을 존중하고 있다.
일본은 경영자가 주주에게 최선인 이익을 생각하며 선택한 결정이라면, 결과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해당 이사는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는 등 판례상 경영 판단의 원칙을 인정한다.
독일은 주식법 제39조에 경영 판단 원칙을 도입했다. 영국은 판례를 통해 법원이 회사 이사회가 선의로 내린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경영 판단 원칙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의 의무를 다해 경영상 결정을 내렸을 때에는 비록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유 팀장은 "경영 판단 원칙을 회사법에 명문화해 선량한 기업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부여하고, 이사 보수 정책에 대한 주주 승인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승환 기자 / 나현준 기자 /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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