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데”···‘7개 상임위 가져오자’ 현실론 고개 드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회 독주에 반발해 ‘상임위 보이콧’에 나선 국민의힘에서 ‘남은 7개 상임위라도 들어가야 한다’는 타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타협론에는 자체적으로 꾸린 정책 특별위원회(특위)가 입법 권한이 없는데다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게 뺏길 수도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일방독주로 (인한) 비정상적인 국회 상황에 대해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의회정치 복원을 위한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태 해결의 책임을 야당에게 돌리면서 ‘상임위 보이콧’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11개 상임위원장을 일방 선출하자 상임위 불참을 선언하고 자체 특별위원회와 민당정 협의회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날 열린 보건복지위와 국토교통위에 여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당분간 매일 의원총회를 열어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당 내부에선 상임위에 복귀해야 한다는 타협론이 적지 않게 나온다. 자체 정책 특위가 상임위와 달리 입법 권한이 없고, 집권여당으로서 상임위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렸다. 특히 남은 7개 상임위 중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은 여당에게 중요한 상임위인 만큼 강성 지지층에게 비난을 받더라도 위원장직을 배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경험이 있는 한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상임위에)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며 “집권여당인데 결국 정부가 가져가야 하는 이슈들을 야당에게 선점 당하고 밖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은 (여당이) 뭘 하는지 국회를 통해 보게 될텐데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 다선 의원들도 현실론으로 기울고 있다. 의총에 참석한 한 재선 의원은 “‘여당이기 때문에 21대 국회와는 다르다. 지금 국민들 보기에 창피할 수 있다’며 상임위를 받자는 분도 있었다”며 이같은 기류를 전했다. 일부 다선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을) 해보니까 상임위 보이콧은 아닌 것 같다. 위원장의 권한이 꽤 있는데 그거라도 받아와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현 상황이 4년 전과는 다르다는 불안감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에는 (곧 다가올) 선거도 없고 민주당이 지금 분위기면 (상임위원장을) 4년 동안 안 내놓을지도 모른다”며 “침묵하지만 상임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자칫 민주당이 22대 국회 내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총이 거듭될수록 타협론이 더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변화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처음에는 감정적으로 격앙된 의원들이 많았는데 조금씩 차분해지면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이 사건을 국민들 편에서 잘 해결하는 의견들을 제시하는 의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원내 지도부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강성 지지층과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를 고려하면 곧장 타협을 선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외 투쟁 등 쓸 수 있는 카드도 많지 않다. 7개 상임위에 들어갈 ‘명분’을 찾는 일도 관건이다. 이를 두고 여당이 연일 의총을 여는 이유가 의원들 간의 의견이 합치되는 지점을 찾고 현 상황의 ‘출구 전략’을 찾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최의 속도 조절에 나선 것도 변수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우 의장은 ‘여당에 숙의의 시간을 주자’는 취지로 본회의 개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에겐 일주일의 시간이 더 주어진 셈이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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