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로도 쓰는 만능 '유기물 유리'…물만 있으면 자가치유까지

이병구 기자 2024. 6. 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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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연구팀이 단순한 유기물을 활용해 기존 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펩타이드 유리는 기계적 특성을 조절할 수 있고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재료공학, 광학 및 전자광학 제조 분야, 접착제와 렌즈 제조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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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개발한 '펩타이드 유리'는 용액의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모양을 조절할 수 있다. nature 제공

이스라엘 연구팀이 단순한 유기물을 활용해 기존 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들었다. 기존 유리와 광학적 특징이 비슷하면서도 접착력과 자가치유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후드 가짓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재료과학 및 공학부 교수팀은 단백질의 재료인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순한 유기 물질인 '펩타이드'로 유리처럼 투명한 소재를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1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는 광학적·화학적·기계적 특성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기본이 되는 매우 유용한 소재다. 유리를 만들거나 깨진 유리를 복구·재활용하려면 높은 열에너지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어 유리의 대체재를 찾는 노력이 그동안 꾸준히 있었다.

연구팀은 화학적·구조적 다양성 덕분에 많은 기능을 구현하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선행연구에서 2~3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물질 일부가 더 커다란 분자인 단백질보다 물리적으로 더 견고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유리는 대부분 이산화규소(SiO2)로 이루어진 무기물로 원자들의 배열이 일정하지 않은 비정질 구조다. '유리'라는 용어는 광범위하게 결정화되지 않고 단단하게 냉각된 물질의 상태를 지칭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티로신이라는 아미노산 3개를 활용해 만든 '티로신 트리펩타이드(YYY)' 수용액을 상온에서 물을 증발시키면 비정질 상태가 되며 투명한 유리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동결 건조 상태의 티로신 펩타이드는 점성이 없는 흰색 고체 분말"이라며 "수용액에서는 물 분자에 의한 결합이 형성돼 분자량이 낮은데도 고유한 고분자 특성을 가진 유리가 생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펩타이드 유리는 가시광선부터 중적외선까지 넓은 범위에서 투명한 특성을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광학 안경의 굴절률과도 비슷했다. 또 금이 간 펩타이드 유리를 습기에 노출하자 물 분자가 흡수되면서 자연스럽게 균열이 회복됐다. 연구팀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매우 강력한 접착력을 나타내 접착제로도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나아가 연구팀은 펩타이드 유리로 볼록 렌즈를 만들었다. 유리 덩어리를 깎아 렌즈를 만드는 기존 방식과 달리 펩타이드 유리를 만드는 용액의 양을 간단히 조절하는 것만으로 렌즈의 곡률과 초점거리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펩타이드 유리는 기계적 특성을 조절할 수 있고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재료공학, 광학 및 전자광학 제조 분야, 접착제와 렌즈 제조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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