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31일 공매도 재개…기관 상환연장 3회로 제한

정부·여당, 제도 개선안 확정
주식대차 기간 최장 1년까지
무분별한 대차 갱신 막기로
불법 공매도시 처벌수위
최대 무기징역으로 강화
개인·기관 거래조건 통일해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

정부가 내년 3월 31일 주식 공매도를 재개한다. 지난해 11월 6일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린 지 1년4개월 만이다. 국내 공매도 주문의 92%를 독점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주식 대차기간을 최장 12개월로 제한하고 불법 공매도 시 받는 형사처벌을 최대 무기징역까지 강화하는 제도 개선안도 확정했다.

6월 12일자 A1·20면 보도

13일 금융위원회는 임시 금융위 회의를 열고 오는 30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공매도 전면 금지를 2025년 3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한국거래소에) 전산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인 내년 3월 31일부터 공매도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공매도 주체인 기관투자자의 잔고, 변동내역과 매매거래를 집계해 무차입 공매도를 상시 자동 탐지하는 시스템인 불법 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NSDS)을 한국거래소에 구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스템 구축에 10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내년 3월까지 NSDS를 완비할 계획이다. 당초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한 이유가 불법 공매도를 막겠다는 것인 만큼, 이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완전히 갖춘 뒤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내년에 공매도가 허용되는 주식 범위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상당한 수준의 공매도가 재개될 것"이라며 일부 종목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면 허용을 시사했다.

공매도 재개 일정과 함께 개인과 기관 간 공매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치는 제도 개선안도 확정됐다. 이날 국민의힘과 금융위·금융감독원은 민당정협의회를 열고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 △공매도 대차 상환기간 제한 및 개인투자자 접근성 개선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공매도 제도 개선'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선 기관·법인투자자의 공매도인 대차거래와 개인투자자의 대주 서비스 거래조건을 통일해 개인이 기관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거래조건을 고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관 대차거래의 상환기간을 최장 12개월로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발표된 내용에도 90일의 제한이 있었지만, 이를 계속해서 갱신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차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최종안에는 최대 세 번만 연장을 허용해 최장 1년까지만 주식을 대차할 수 있게 했다.

대차거래에서는 대여자가 요구하면 차입자(기관·법인)가 결제일 내 즉시 상환해야 하는 '리콜' 제도가 유지되나, 대주 서비스에는 최소 90일의 상환기간을 차입자(개인)에게 보장한다. 또 코스피200에 포함되는 종목의 주식을 담보로 하면 대주거래의 담보비율을 120%로 유지하도록 해 135%를 요구받는 기관의 대차에 비해 유리하도록 했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전산화 방안도 확정됐다. 앞으로 공매도 기관투자자는 자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매도 가능 잔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한다.

제재 수준도 대폭 강화한다. 벌금을 상향하고 징역 가중처벌을 도입해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벌금형은 부당이득액의 3~5배에서 4~6배로 상향하고, 부당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징역을 가중하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불법 공매도에 따른 부당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9개사에서 2112억원 규모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한 바 있다.

불법 공매도,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국내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과 금융회사·상장법인 임원 선임 제한(최장 10년)도 적용된다.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가 공매도를 통해 전환가액에 영향을 줘 차익을 취하는 거래행위를 차단할 수 있도록 CB·BW의 발행이 공시된 뒤 발행 시 전환가액이 공시되기 전까지의 기간 중 공매도를 한 투자자는 CB·BW 취득이 제한된다.

당정은 연내 법 개정을 목표로 입법 논의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주 담보비율 인하와 공매도 잔고 공시기준 강화 등 하위 규정 정비는 올 3분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괴리된 정책이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대만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기관 공매도 상환에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고 있어서다.

[최희석 기자 / 신유경 기자 / 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