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임현택 뭐냐?” vs 의협 “우리가 대화창구”… 의료계 ‘균열’ 노골화

2024. 6. 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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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임현택, 뭐하는 사람이냐” 공개 비판
의협 “정부에 요구안 낼 것” 발표 직후 전공의 ‘비토’
서울의대 교수 17일 후 휴진·18일엔 ‘동네의원’ 가세
전면휴진일 앞두고 의협 vs 전공의 갈등 양상
의정갈등 100일 넘었지만 창구 단일화도 못해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에는 “임현택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캡처]

[헤럴드경제=홍석희·박지영 기자]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의 전면휴진(17일)과 개원의들의 전면 휴진일(18일)을 코앞에 두고 전공의들과 대한의사협회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의협 행태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던 전공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협 회장을 가리켜 ‘뭐하는 사람’이냐고 직격했다. 2020년 의료분쟁 타개 당시 쌓였던 ‘전공의 vs 의협’ 사이 불신의 골이 또다시 노골화 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선 곪았던 상처가 휴진일을 앞두고 터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장은 13일 오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임현택 회장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죠?”라며 “중심?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 벌써 유월 중순입니다. 임현택 회장은 이제는 말이 아니라 일을 해야 하지 않을지”라고 썼다.

박 비대위장은 이어 “여전히 전공의와 학생만 앞세우고 있지 않나요.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현택 회장과 합의한 적 없습니다. 범 의료계 대책 위원회? 안 갑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요구안은 변함없습니다”고 남겼다. 전공의측 요구는 사태 초기부터 현재까지 ‘의대정원 증원 전면 백지화’다.

박 비대위장의 이번 SNS 메시지는 이날 오후 의협이 ‘정부 태도 변화 시 전면 휴진 재검토' 발표와 '의협이 단일 대화 창구’라는 점을 재강조 한 뒤 1시간여만에 나온 입장 표명이다. 특히 박 비대위장이 의협 측에 대한 불만을 노골화한 부분은 ‘의협이 단일 대화 창구’라는 의협 측의 주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후 의협은 정부 태도 변화를 촉구 한 것에 대해 정부의 어떤 입장 변화를 가리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의협을 단일 창구로 해서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했던 것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것은 논의 중”이라고 했다.

특히 이날 오후 브리핑엔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서울의대 비대위 대표자 등이 참석했다. 의협 외 다수 단체가 의협 논의 테이블에 참여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연석회의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전공의 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최 대변인은 “회의 결과는 (전공의 측에) 공유되고 있다"고 했다. 최 대변인의 발언이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공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의협 회장을 저격하면서 협상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 의협의 휴진 계획에 적극 참여한다며 각 병원장에게 진료 조정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한 1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

의료계 안팎에선 이날 ‘박단 vs 임현택’ 사이의 갈등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는 관측이 다수다. 국내 유일 의료 법률 단체인 의협이 의정 갈등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반은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이 근본 동력인데, 정작 전공의와의 협의 과정은 생략된 채 의협이 ‘새로운 제안’을 정부에 던지겠다고 나서자 전공의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의협 측도 여러 의료단체들과 연석회의에 전공의측은 왜 빠졌냐는 질문에 즉답은 피했다. 대신 협의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는 말로 협의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게다가 지난 2020년 의료갈등 해결 당시에 쌓였던 ‘전공의 vs 의협’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의 골 역시 이날 전공의와 의협 사이의 갈등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2020년 당시 전공의 측은 파업을 풀겠다는 의사를 의협측에 공식 전달하지 않았음에도, 의협이 정부와 타협을 하고 정부와 의협이 이를 그대로 발표하면서 ‘의협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전공의들 사이에 광범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의협은 이날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에 내린 처분은 위법하고, 비민주적이므로 전면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날 연석회의를 통해 의협을 대화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니 정부도 의협과 대화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는 의협에 대해 의료계 단체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다.

의협은 구체적인 대정부 요구안을 이날 밤 늦게나 내일 오전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전공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의협에 대해 ‘불신’ 의사를 표하면서, 의협측의 대정부 요구안이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정갈등 100일이 넘었음에도 아직도 협상창구 단일화조차 이루지 못하면서 2024년 의정갈등은 초장기화 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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