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한국을 사랑한 나라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6. 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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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를 거쳐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11년 만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귀국 후 왜 저런 나라에 갔느냐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양국의 우호관계는 2016년 9월 사망한 카리모프에 이어 대통령이 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정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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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를 거쳐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11년 만이었다. 우리로서는 장기 독재자였던 이슬람 카리모프가 통치하는 비민주국가를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우리와 교역 규모도 작은 나라였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이 수도인 타슈켄트를 떠난 다음 날, 북동부 안디잔에서 유혈사태가 터졌다. 반정부 인사들이 형무소를 탈옥해 민간인 인질들을 붙잡고 정부와 대치했다. 카리모프는 안디잔까지 찾아가 몇 차례 협상하는 시늉을 하더니 무력 진압에 나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다. 우즈베키스탄판 '광주 민주화항쟁'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귀국 후 왜 저런 나라에 갔느냐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사람을 넘어 국가 간 일에도 '새옹지마(塞翁之馬)'가 작동하는 법이다. 미국·유럽이 안디잔 사태에 반발해 우즈베키스탄과 단교 수준의 조치를 내리자 '국제 왕따'가 된 카리모프는 자국을 찾아준 한국을 최고로 우대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수르길 가스전' '나보이 경제자유특구' 등 굵직한 사업들을 한국에 맡겼다. 카리모프 시절 한국 대사는 러시아 대사와 함께 대통령 옆에 앉을 정도였다.

양국의 우호관계는 2016년 9월 사망한 카리모프에 이어 대통령이 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정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2021년 집권 2기와 2023년 조기 대선을 거쳐 3기 집권 중이다. 그는 취임 직후 대통령 차량 통행 때 거리 통제를 금하는 등 시민 불편을 초래할 의전부터 없앴다. 경제 자유화와 대외 개방을 내걸고 헌법에 우호적 투자환경 조성 등 개혁 조항을 곳곳에 넣었다.

미르지요예프 차녀는 서울에서 2011~2016년 근무한 남편을 따라와 출산했다. 미르지요예프는 "막내 손녀가 한국 출신"이라고 자랑했다. 2021년 방한 때는 "고향에 온 느낌"이라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부터 타슈켄트를 찾는다. 친한파 미르지요예프가 경제 발전에 진심인 만큼 자원 개발과 제조업 육성, 인력 송출 등 협력할 분야가 많다.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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