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빗장 풀렸지만 … K게임 실속은 물음표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4. 6. 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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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판호 발급 재개 후
넥슨·넷마블 등 진출 속도
현지 배급사 협력 의무에
텐센트 등 中업체 영향 커져

국내 게임업계가 주요 수출 상대국인 중국 게임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심의를 거친 해외 게임사 게임에 '외자판호'를 발급해 서비스를 허가하고 있다. 한동안 한국산 신작 게임 지식재산권(IP)에 대한 판호 발급을 막아온 중국 당국의 전향적인 움직임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현지 게임 출시를 줄줄이 예정하고 있다. 앞서 1분기 현지에서 출시된 한국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는 사례도 나왔다.

K게임이 주력하는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중국은 단일 국가 최대 규모 시장으로 당장 '캐시카우'가 절실한 게임사들이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현지 업체와 퍼블리싱(배급)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만 진출이 가능한 중국 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IP가 대규모 흥행을 거두지 않는 이상 들인 공력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IP를 중국 게임사에 단순 판매하는 구조에서는 국산 게임이 현지에서 흥행하더라도 이를 배급한 중국 게임사들이 더 많은 과실을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13일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이달 5일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을 비롯한 외국산 게임 15종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했다. 펄어비스는 중국 텐센트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서비스 준비에 착수했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12월 '블레이드앤소울2'의 판호를 발급받고 현지 퍼블리셔인 텐센트와 함께 연내 출시를 목표로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회사의 대표 IP인 '미르M'의 판호를 발급받았다.

앞서 넷마블은 텐센트를 현지 배급사로 선정하고 지난 2월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라는 게임을 중국에 출시했다. 넥슨은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지난달 21일 출시했다. 해당 게임은 출시 직후 중국 앱스토어에서 게임 매출 1위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이 가속화할수록 텐센트와 같은 중국 게임사(배급사)들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 판호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인터넷 문화 경영 허가증' '인터넷 출판 허가증' 등이 필요한데 이는 해외 업체가 단독으로 발급받을 수 없다. 해외 업체는 단독으로 게임을 유통할 수 없고 중국 내 퍼블리셔와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구조다.

중국에서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판호 외에 ICP 허가증이 필요하다. ICP 허가증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 지분 점유 비율 50% 이하 요건 등이 요구되고 취득 절차가 매우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게임사들이 중국 게임업체에 IP만 파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는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통상적인 배분율이 7대3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IP 영향력에 따라 개발사 배분율이 올라갈 수 있지만 최소 절반을 현지 배급사가 가져가는 구조다. K게임이 흥행할수록 서비스하는 중국 게임사의 수익이 커지는 셈이다. 중국의 거대 게임사들은 이를 게임 개발·인력 확보 등에 재투자해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에서 중국산 게임은 1~3위를 싹쓸이했다. 중국 당국은 사드 사태 직후 한국 주요 게임에 대해 사실상 판호를 발급해주지 않다가 2022년부터 판호 발급을 활발히 재개했다. 한한령으로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 중단이 장기화된 이후 게임업계는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를 요구해왔다.

다만 지난달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게임 판호 발급 확대 등 중국의 시장 개방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게임사도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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