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안보협력 강화 조약·우주기술 협력 논의 가능성
북·러, 정치적 연대 과시…협력 공고히
‘국제사회 반대’ 무기거래 논의 가능성
ICBM 등 민감한 기술은 제한할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정치적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조약을 체결하고 우주기술 협력 등과 관련한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 중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며칠 안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달 방북설’을 확인한 것이다. 시기는 다음주 초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정상의 회담은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개최된 이후 9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이후 24년 만이다.
북·러는 이번 회담에서 밀착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협력 강화 등을 위한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거나, 기존 조약을 개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과 옛 소련은 1961년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맺고 무력침공 등이 발생하면 서로 자동 개입키로 했다. 이 조약은 소련이 해체된 이후 1996년 폐기됐다. 이후 북·러가 2000년 2월 새로 체결한 ‘조·러 친선·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에는 양측 중 한 곳이 위협을 받으면 ‘즉각 접촉한다’는 조항이 있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이 조항을 격상해 상시 협력한다는 식의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라며 “다만 과거처럼 자동 개입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조약에 있는 ‘한반도 통일’ 관련 문구가 삭제될 가능성도 있다. 조약에는 “독자성, 평화통일, 민족결속 원칙에 따른 한반도 통일”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 관련 기념물 등을 철거하고 있는 만큼, 북·러가 새로 조약을 체결하거나 개정하면 통일 관련 내용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측 간 우주기술 협력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성공했으나 지난 5월 두번째 발사는 실패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을 쌓기 위해서라도 북·러가 우주 협력과 관련한 별도의 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무기거래 관련 논의도 관건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 등을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방공을 위한 지대공미사일 등을 이전하는 얘기가 오갈 수 있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도 지난 10일 “러시아가 북한에 지대공미사일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및 기타 첨단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결정적인 군사기술을 북한에 전달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는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밝힌 것도 러시아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양측이 무기거래 관련 논의를 하더라도 국제사회 비판을 고려해 내용은 비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양측 무기거래에 우려를 나타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도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이런 입장을 러시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에 파견하는 방안, 러시아인의 북한 관광 문제 등도 의제가 될 수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두고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중국은 그간 북한 및 러시아와의 개별 협력은 도모하면서도, ‘북·중·러’ 밀착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이번 회담 역시 관망할 것이란 시각이 있다.
특히 한·중은 외교·국방 ‘2+2’ 외교안보대화가 오는 18일에 개최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북·러 정상회담이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한·중 외교안보대화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중 주요 협의체 참여에 적극 나서면서 ‘북·중·러’ 구도 고착화를 경계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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