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가 시키드나"… 충주맨 이어 중구맨도 뛴다
베테랑PD까지 영입한 중구
유튜브 영상으로 시민과 소통
강북구, MZ세대 취향 겨냥한
개그콘텐츠로 구독자 끌어모아
동대문구, 연극배우 출신 투입
서울 자치구 공무원들이 유튜브 홍보전에 뛰어들었다. 충주시보다 더 유명한 충주시 공무원 유튜버 김선태 주무관의 활약에 자극받은 각 자치구들이 너도나도 유튜브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김 주무관이 만드는 충주시 유튜브채널은 구독자 수(74만5000명)가 충주시 인구(20만7000명)보다 세 배 이상 많을 정도로 인기다. 김 주무관의 솔직한 입담과 B급 감성이 인기 요인이다. 그는 여러 지상파 방송에 출연한 데 이어 올해 초 책도 출간했다. 서울에 오면 지나가는 길에 서너 번은 인사를 받을 정도로 유명 인사가 됐다.
서울 자치구 공무원들도 유튜브를 통한 구청 홍보전에 가세했다. 강북구는 유튜브 인기 코믹 채널인 '너덜트'를 패러디한 코너 '공덜트'에서 아재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구청 소속 추지윤 아나운서와 공무원 2명이 만든다. 재직 기간이 각각 18년, 15년인 박해진 팀장(행정지원과)과 신경식 주무관(어르신·장애인과)은 평소 유쾌한 입담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아 출연하게 됐다고 한다. 박 팀장은 "연기력이 일취월장해 주변에서 연기자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라이브 방송 '강북구라' 코너에서는 임용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임유정 주무관(어르신·장애인과)이 MZ세대의 직장 생활 적응에 대한 고충을 가감 없이 얘기해 호응을 얻고 있다.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성공시킨 김 주무관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충주시 때문에'는 누적 조회 수가 10만회를 넘기도 했다.
강서구는 정요한 주무관(홍보정책과)의 아이디어로 버추얼 유튜버(버튜버)를 시도했다. 버튜버는 카메라나 특수 장비를 통해 그 사람의 행동이나 표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캐릭터가 등장해 방송을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인을 말한다.
새로미가 지난 1년여간 국내 최초로 민간 버튜버와의 합방, 인터넷 유행 콘텐츠 패러디, 축제 현장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정을 소개해왔다. 이어 올해는 신새롬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 주무관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수단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아직 지자체 차원에서는 시도된 적 없었던 버튜버에 주목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튜브 홍보를 위해 방송 유경험자를 경력직으로 채용한 곳도 있다. 중구는 프리랜서 PD로 활동하던 정강민 팀장을 영입했다. 정 팀장은 "공무원과 시민들을 조명하면서 자연스럽게 구정을 홍보하고 시민들 목소리를 담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촬영한 '성탄전야 보건소 초밀착 취재기'를 꼽았다. 휴일에도 묵묵히 일하는 보건소 직원들의 하루를 생생하게 담아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개그맨 김성규가 등장해 다양한 미션을 진행하는 '중구가 시키드나'도 인기 코너다.
동대문구는 연극배우 출신 이한 주무관과 미스 춘향 출신 윤영경 주무관이 구청 홍보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동대문구 하면 보통 '시장이 있는 어르신들 동네' 정도로 많이들 생각하지만 유튜브 채널의 주 이용자는 주로 20~40대 초반이며 실제로 최근 동대문구는 젊은 층 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에 발맞춰 젊은 직원이 직접 경동시장에서 장을 보고 맛집을 탐방하거나 동대문구의 전통 행사에 참여하는 등 콘텐츠로 접근하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구청 영상 경력직 채용에 관한 관심도 뜨겁다. 서울의 한 자치구 홍보담당관은 "실적에 쫓기지 않고 공익적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지상파 PD 출신도 심심찮게 지원한다"고 전했다.
유튜브 홍보에 뛰어든 공무원들은 '공직 유튜브 채널'을 잘 만들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자율성'을 꼽았다. 한 공공기관 홍보 담당자는 "즐겁게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도 윗선에서 개입하면 교육방송이 돼버린다"고 말했다. 충주시 유튜브 채널은 조길형 충주시장이 김 주무관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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