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하다는 성소수자 마케팅했다가… 시장 1위 내줬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2024. 6. 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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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Biz&Marketing]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고민해보고 조화로운 방식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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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성소수자(LGBTQ+)의 인권과 자긍심을 되새기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다. 1969년 뉴욕에서 시작된 동성애자 해방 운동이 세계 각지에서 퍼레이드와 파티를 벌이는 축제 기간으로 발전했다. LGBTQ의 세계 시장 규모가 4조달러에 이르는 만큼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LGBTQ 마케팅은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색을 제품과 포장지, 로고 등에 입히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레고는 검정, 보라, 주홍 등 11가지 색상의 블록으로 구성된 LGBTQ 세트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고, 애플은 매년 새로운 무지개색 애플워치 밴드를 선보인다. 구글은 가상 공간에서 프라이드 축제를 열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성소수자 유튜버를 소개한 바 있다.

LGBTQ 친화적 이미지를 강조하다 역풍을 맞는 경우도 많다.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은 2023년 프라이드 컬렉션에 선정적인 디자인과 문구가 적용된 아동용 상품을 포함해 비난을 받았다. 트랜스젠더 디자이너와 공동 제작한 의류에는 사탄주의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사용돼 논란을 빚었다. 일부 고객이 매장에서 제품을 내던지고 직원을 폭행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컬렉션 일부를 철수했지만, 11일 연속 주가가 하락해 시가총액 130억달러가 증발했다.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버드라이트도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보수 성향의 충성 고객들이 불매운동을 벌였고 맥주 캔에 총을 난사하는 동영상까지 떠돌았다. 여기에 버드라이트의 제조사 AB인베브가 오래전부터 안티 LGBTQ법을 지지하는 정치인을 후원해온 위선까지 드러나 레인보 워싱(rainbow washing)의 전형이 되고 말았다. 미국 시장 1위 자리를 뺏긴 것은 물론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9.1% 떨어졌다.

진보적 변화에 동참하는 기업은 젊고 멋진 모습으로 비친다. 그러나 확고한 신념이나 철학 없이 시류에 편승한 마케팅은 득보다 실이 많다. 지금 우리의 버팀목이 되는 고객은 누구인지,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깊이 고민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화로운 방식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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