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죽는다’…경기도 지자체장, ‘과학고 빨대’ 꽃았다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 경기도는 인구가 1363만여 명에 달한다.하지만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과학고는 경기북과학고가 유일하다. 인구 수가 경기도보다 적은 서울, 부산, 인천, 경상북도, 경상남도에는 각각 2곳의 과학고가 있다. 당초 경기도에는 수원의 경기과학고등학교, 의정부의 경기북과학고 2곳의 과학고가 있었다.
하지만 수원의 경기과학고가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되면서 과학고는 단 1곳으로 줄었다.
경기도내 지자체장들이 과학고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이유는 경기도교육청이 4월 23일 이공계 인재 육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학·과학 전문 인재를 키우고자 경기형 과학고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과학고 유치 희망 지자체는 10곳이지만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유치 희망 지자체는 늘어날것으로 보인다. 국힘 소속 지자체장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과학고는 과학분야 우수학생을 키우는 특수목적고다.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국가 교육 과정을 따르기는 하지만 진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대학급 실험 시설을 가지고 있는데다 한 반에 학생 수가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과학고 유치에 성공하면 그만큼 그 도시는 교육열이 상당한 도시로 높히 평가된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자체장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보는 사람이 많다. 만약 과학고 유치에 실패해 이웃도시에 뺐기면 재선이 불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과학고 유치전은 재선과 맞물리면서 파급력이 상당하다. 지역교육청도 바빠졌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지난해부터 초‧중‧고 학부모회장들과 여섯 차례에 걸쳐 가진 간담회에서 용인에 과학고와 예술고를 설립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용인시는 3월 22일 과학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용인교육지원청‧용인시정연구원과 과학고 설립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는 전북 새만금에서 세계잼버리 대원 5000명 이상을 용인에서 받아들여 국가체면을 세우는데 크게 기여한 공로도 있다. ‘백전백승 전략가’로 그에겐 실패는 없었다. 과학고 유치전에 누구보다 빨리 움직였다.
이어 신상진 성남시장도 과학고 유치전에 돌입했다. 분당 교육열을 내세운 신 시장은 성남교육지원청과 맞손을 잡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성남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과학고 유치전 움직임을 자세히 알리고있다. 성남 수정구 과학고 유치 추진위원회는 13일 목요일 수정구청 대회의실에서 과학고 유치를 위한 출범식을 가졌다.
경기도교육청은 공모를 통한 예비지정, 지정위원회 심의, 교육부 장관 동의 등 세 가지 절차를 거쳐 새로운 과학고를 신축하거나 기존 학교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공정한 절차로 인맥·로비·학연·지연 등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과학고 선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워낙 관심이 높아 불공정은 자리잡을 데가 없다.
과학고 유치가 불이 붙으면서 용인시, 성남시 뿐 아니라 부천시, 시흥시, 고양시, 안산시 등 상당수 지자체장이 과학고 유치를 선포했다. 과학고 유치에 들불이 붙으면서 지역 국회의원들도 유치전에 동참했다. 여야가 따로 없다. 한마음이다.
‘반도체 수도’를 꿈꾸는 이상일 용인시장은 과학고 유치에 생사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장은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국가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가 지정돼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용인시에 과학고가 설립돼 미래 과학인재를 키우는게 맞다고 강조한다.
부천시는 기존 인문계 고등학교인 부천고를 과학고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시흥시는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고양시민 643명 중 76%가 과학고 설립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며 “경기도교육청을 설득해 고양시에 경기도의 두 번째 과학고가 설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 지자체장은 “유치에 성공한 지자체장은 재선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경기도 지자체장들의 과학고 열풍이 갈 수록 뜨거워지고있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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