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고생' 하정우에 '날 것' 여진구…하늘 위 연기 차력쇼 '하이재킹' [종합]
여진구 "상황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배우 하정우가 생고생하면 대박이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영화 '하이재킹'에는 구멍 난 비행기도 띄워버리는 하정우와 '눈이 돌아간' 광기 어린 여진구가 있다. 여기에 실화가 주는 힘이 합세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하이재킹'은 1971년 1월 실제 일어난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강원도 고성 출신 20대 청년 김상태가 약 60명이 탑승한 여객기를 납치해 북으로 향하려 했던 사건이다.
영화 역시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 조종사 태인(하정우)과 규식(성동일)이 김포행 비행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승무원 옥순(채수빈)의 안내에 따라 탑승 중인 승객들의 분주함도 잠시,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제폭탄이 터지며 기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지금부터 이 비행기 이북 간다." 여객기를 통째로 납치하려는 용대(여진구)는 조종실을 장악하고 무작정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 협박한다. 폭발 충격으로 규식은 한쪽 시력을 잃고 혼란스러운 기내에서 절체절명의 상황에 부닥친 태인은 여객기를 무사히 착륙시키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하이재킹'은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의 열연이 빛났다. '연기 차력쇼' 수준. 성동일은 "내가 나오니까 '코믹 비행기'인줄 아실 텐데 실화이기 때문에 웃음기 싹 빼고 후배들과 톤을 맞춰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아내에게 그렇게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본 가장 무난하고 노멀한 연기를 당신이 극장에서 볼 거라고"라며 "처음부터 감독과 하정우한테 얘기했다, 이번에는 어떤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다큐'처럼 연기하겠다고 했다, 오늘 영화를 보고 극에 방해가 많이 안 된 거 같아서 즐거웠고 좋은 추억 많이 쌓았다"고 밝혔다.
성동일은 "이 영화가 기록상의 영화나 흥미 위주의 영화가 아니라 모든 분이 이걸 보고 먹먹해져서 객석에 1분 정도 앉아있어질 정도의 영화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장난이나 쓸데없는 신파를 넣을 수 없는 점이 많았다. 웃고 까부는 영화가 아니다. 후배들 다 너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하정우는 "유난히 리허설도 많이 했던 작업이었다. 성동일 형이 우스갯소리로 태어나 처음으로 이렇게 피 분장을 많이 한 적은 없다고 했다. 혼신의 힘을 쏟아낸 작품"이라고 말했다.
하정우 또한 위트 요소가 포함된 전작의 캐릭터들과 상반된 무게감 있는 캐릭터로 관객 앞에 나선다. 하정우는 "MSG 적인 요소를 넣을 자리가 있고 안 넣을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캐릭터에서 그런 부분을 보셨다면 감독과의 협의 하에 그렇게 표현할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들어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은 감독이 연기 방향을 이렇게 잡길 원하셨고,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주는 무게감과 힘이 있어 주어진 상황 그대로 연기했다. 모든 배우들이 기본에 충실하면서 각자의 역할과 연기 표현을 수행해 나가자. 촬영하기 전 이야기 했던 부분이라 사실 그래도 준비한 것 그대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여객기의 납치범 용대 역으로 분해 생애 최초 악역에 도전한 여진구는 "용대라는 인물의 실제 모티브는 있지만 많은 정보는 딱히 없었다. 주로 감독과 구상했고, 추천해 주신 영화도 있었다. 참고라기 보다는 많은 것을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폭탄 터지고 나서가 아니라 폭탄 터지기 전의 용대 감정, 상황에 몰입을 해보니 그 이후 눈빛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여진구에 대해 "용대 역할을 하면서 액션, 감정 신도 많고 육체적으로 부딪히는 신이 많은데 그때마다 진구가 눈이 돌아가서 엄청난 에너지를 뿜을 때가 있었다. 그 테이크가 끝나면 그 에너지를 쓴 것에 대해 동료들에게 미안해하는 표시를 했다. 사실 저는 그때 매회 차 매연 기를 전력 질주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대 싱크로율은 말할 것도 없고 왜 여진구가 지금까지 사랑받고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하이재킹'에서 용대를 여진구가 연기함으로써 채우고 넘치게 해준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 이 자리를 빌려 선배들은 그 '날 것'같은 여진구의 모습을 보고 상당히 인상 깊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여진구는 "하루하루 성장할 수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역할 몰입을 위해서 눈 돌아갔다고 할 만큼 편하게 저만을 바라보고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정우, 성동일 선배가 계셨고, 이끌어주실 거라는 믿음 속에 가능했던 부분이다. 내가 선배가 되면 이런 현장을 만들어 나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여객기 승무원 옥순 역을 연기한 채수빈은 "선배들을 믿고 따르면 되어 시작부터 부담감을 덜었다. 작품 선택에 있어 망설이지 않았다"며 "촬영에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신들이 하나도 없었다.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다 함께 논의하고, 선배들이 이끌어주셔서 큰 공부가 되었던 현장"이라고 말했다.
성동일은 "감독도 한번은 칭찬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우리 모두 영화, 드라마 많이 찍어봤는데 좁은 공간에서도 모니터에 의지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배우 눈을 보며 큐 사인 컷 사인을 냈다. 그 부분이 연기할 때 편안함을 줬다. 그 좁은 데도 꾸역꾸역 들어가 배우 눈을 보더라"라며 칭찬했다.
김성한 감독은 '아수라'(2016), '1987'(2017), '백두산'(2019) 등 굵직한 작품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고 '하이재킹'이 연출 데뷔작이다. 그는 "신인으로 엄청난 복을 받았다"며 "현장에서 모든 배우들이 의기투합해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범죄 스릴러로 포장된 영화지만 실화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과는 모두 알지만,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기에 그런 부분을 영화를 통해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추측과 상상을 하며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감동과 눈물을 위해 만들지 않고, 실제 사건을 충실히 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이 신파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사실 저는 신파를 좋아한다. 극에 어울리는 신파라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영화에서 신파를 강조하지 않은 것은 담백하게 봐주셨으면 했고 먹먹함이 있었으면 했다"며 "연출 포인트보다는 배우들이 잘 해주셨다"고 강조했다.
'하이재킹'은 오는 21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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