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김정은-푸틴 만날 때, 서울서 한-중 차관급 외교안보 대화

박민희 기자 2024. 6. 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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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4년 만의 방북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한국과 중국도 다음주 9년 만에 차관급 외교안보 대화를 진행한다.

푸틴 대통령이 이 기간 방북할 경우 평양에서는 북-러 정상회담이, 서울에서는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나란히 열리게 된다.

관계가 최근 조금씩 개선되는 분위기 속에서 한-중은 처음 차관급으로 격상된 외교안보 대화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한 한반도와 주변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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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방북 초읽기…한반도서 외교전
2023년 9월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4년 만의 방북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한국과 중국도 다음주 9년 만에 차관급 외교안보 대화를 진행한다. 한반도에서 북-러, 한-중의 외교전이 펼쳐지는 셈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이 곧 방북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을 수행하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며칠 내로 북한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일본 등의 보도로 추산하면 푸틴 대통령은 오는 18∼19일께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달여 전인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7월이 가장 최근이다.

푸틴 대통령 방북으로 양국 관계는 더욱 밀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경제, 에너지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지난 5월 말 실패한 정찰위성에 대해 러시아가 기술 지원하는 등 구체적인 우주기술 개발 협력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옛 소련 시절인 1961년 맺었던 조-소 우호 조약에 버금가는 조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한국학센터 선임연구원은 11일(현지시각) 러시아 매체 프리마 메디아 인터뷰에서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조-소 우호조약)의 정신을 계승하는 모종의 조약이 이번에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약에는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있었는데, 이 조항은 1990년 소련이 한국과 수교를 맺은 뒤 폐기됐다. 이후 2000년 북-러가 맺은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자동 군사 개입 조항 대신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중략)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자동군사개입 조약이 복원되면 북-러의 군사 밀착은 냉전 시대 동맹 수준으로 급격히 격상하게 된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의식해 북한과의 협력 수위를 신중하게 조절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이 분쟁 지역(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 양국 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13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러-북 간 교류 협력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런 가운데 한-중은 오는 18일께 서울에서 9년 만에 차관급 외교안보대화를 연다. 푸틴 대통령이 이 기간 방북할 경우 평양에서는 북-러 정상회담이, 서울에서는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나란히 열리게 된다. 관계가 최근 조금씩 개선되는 분위기 속에서 한-중은 처음 차관급으로 격상된 외교안보 대화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한 한반도와 주변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이 있다.

신봉섭 광운대 교수(전 선양 총영사)는 “중국은 북-러 밀착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먼저 관리하고, 이를 통해 한국, 일본 관계도 관리하려 한다. 반면 북한은 북·중·러 대 한·미·일 신냉전 구도를 강화해 자신의 전략적 의미가 커지기를 원한다”며 “북한과 중국의 동상이몽으로 불편한 기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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