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저출생과 死교육

2024. 6. 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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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중·고 학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올해 3월 14일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수가 전년 대비 1.3% 감소했음에도 사교육비 총액은 1조2000억원(4.5%) 증가한 것이다.

저출생 여파로 교사 1인당 학생 수 감소는 교육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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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치 사교육비 지출
겁먹은 청년들은 출산 포기
교사 담당학생수 준 만큼
교육의 질 더 향상 시킨다면
단순보육 이상의 공교육 가능

지난해 초·중·고 학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올해 3월 14일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수가 전년 대비 1.3% 감소했음에도 사교육비 총액은 1조2000억원(4.5%) 증가한 것이다. 아이는 줄어드는데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사교육비 증가가 결국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교육비의 증가는 가계 경제에 부담을 준다. 실제로 2022년 한국경제인협회는 사교육비 증가가 출산율 하락에 26.0% 기여하며, 사교육비가 1만원 오르면 출산율이 0.012명 감소한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는 비즈니스 또는 퍼스트 클래스인데, 지금 공립학교는 이코노미 수준이니까 서비스를 별도로 추가 구입하는 것."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의 말이다. 아이를 낳은 부모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고 싶어한다. 나는 교정 치료를 받지 못했지만, 내 아이만큼은 어떻게든 교정 치료를 해주고 싶어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맞벌이라 돌봄교실을 신청했는데 돌봄교실에서 색칠만 하다 왔다는 아이의 말에 부모의 죄책감에 불이 붙는다. 부모는 서둘러 학원을 알아본다. 전체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사교육 시장은 이런 부모의 불안감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선배 부모의 모습을 바라보는 청년 세대는 착잡하다. 자기 옷도 하나 못 사면서 사교육비로 수십, 수백만 원씩 내는 모습을 보며 나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청년 세대는 자의적으로 또는 타의적으로 출산을 포기한다. 합계출산율 0.7명 시대의 단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초등 전일제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방과 후 교육활동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전일제 학교'를 운영하고,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20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늘봄학교'라 이름 붙인 이 사업은 부모의 보육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저출생 해결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보육 그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아이를 시간적·공간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잘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저출생 시대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양적 팽창이 일어날 수 없는 사회다. 양적으로 팽창할 수 없다면 질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결국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는 전적으로 각 '가정'이 책임져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책임을 '사회'가 져야 한다. 나는 노후 준비도 못하고 그 돈을 헐어 아이를 키웠는데, 내 아이는 커서 다른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면 누가 아이를 낳아 키우겠는가. 아이를 키움으로써 생기는 기쁨은 부모가, 부담은 사회가 나눠 지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저출생 여파로 교사 1인당 학생 수 감소는 교육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충분한 교사 수와 발전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하여 획일화되고 일방적인 형태의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 각각의 개성과 강점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점의 변화'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저출생의 현실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문제다. 문제를 푸는데 기존 해답이 맞지 않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사교육이 했던 것을 공교육이 못하는 이유가 뭔지, 공교육이 가진 한계·범위·규모 등 모든 제약에 대해 다시 생각할 때가 왔다. 어쩌면 이것이 저출생이라는 시대의 변화가 교육에 요구하는 바가 아닐까.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교수·'강점으로 키워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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