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용두사미' 에너지 거버넌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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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일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900조원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했다.
그 결과가 재생에너지가 파리협약 이후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부각했음에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권 인수위원회가 가동되고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만 해도 기대를 했다.
차제에 가스를 포함해서 전기·가스위원회로 하자, 더 넓게 에너지위원회로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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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일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900조원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했다.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베네수엘라 같은 자원 부국도 있지만, 우리는 석유 한 방울 없이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일본을 앞서게 됐고 경제 규모는 G10(주요 10개국)이 됐다. 그런데 앞으로 1900조원의 석유가 나온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잘살고, 사회 갈등과 양극화도 해소되면서 행복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것은 '에너지 거버넌스'가 없을 뿐 아니라 중요한 에너지 정책을 정권 편향적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면서 사회 갈등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한 전력 산업구조 개편은 노무현 정부에서 중단된 후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정권이 몇 번이나 교체됐지만 다 방치했다. 그 결과가 재생에너지가 파리협약 이후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부각했음에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RE100 달성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지금 한국의 반도체를 구입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도 대체자가 생기면 탄소전기가 많은 한국 반도체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전에 국내 생산기지를 통째 해외로 이전해야 할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탈원전 정책과 발전설비 목표 위주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은 윤석열 정부는 좀 다르게 할 줄 알았다. 정권 인수위원회가 가동되고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만 해도 기대를 했다.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시장 기반'으로 적극 추진하고,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에너지 시장구조 확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한전 독점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다양한 수요 관리 서비스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인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발표 중에서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는 '전기위원회' 독립이었다. 인수위의 발표 후 산업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차제에 가스를 포함해서 전기·가스위원회로 하자, 더 넓게 에너지위원회로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리고 금융통화위원회 수준의 독립적 의사결정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의 배경에는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바뀐 에너지 패러다임이 있다. 화석연료 에너지 시장에서는 국제 표준원가가 통용됐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지역적 편재성·간헐성·변동성은 시장을 완전한 비대칭 원가 시장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합리적 자원 배분자가 필요했고, 이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경쟁적 요금 체계'였다. 즉, 시장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시장 조성·감독자로 '전기위원회의 독립'을 갈망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하고 전기위원회 독립 추진은 이제 뉴스에서 사라졌다. 작년 6월에 나온다던 용역 결과는 2년이 지난 지난달 한 언론에 슬그머니 소개가 됐다. 그 흔한 공청회도, 정부의 공식 발표도 없이 잊히고 있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의 현주소다. 이러한 에너지 거버넌스 정책하에서는 포항에서 석유가 나와도 걱정이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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